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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중국이냐 미국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화웨이 정책이 한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정부가 한국에 화웨이 거래 중단을 요청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LG유플러스 주가는 급락했다.

미국의 강공에 혹자는 한국에서도 화웨이를 안 쓰면 되는 일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차라리 화웨이만 피해서 해결된다면 다행이다. 이 문제의 본질은 미국과 중국 중 한국이 누구 편에 설 것인지 정해야 한다는 데 있다. 한국정부가 나서 국내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하는 것은, 미‧중 무역전쟁에 한국도 참전하겠다고 선포하는 것과 다름없다.

미국은 수차례 동맹국에 반화웨이 캠페인 동참을 유도해 왔다.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 방한도 예정돼 있으니, 한국도 피해가기 어렵다. 한국의 핵심 동맹국인 미국에 반대하기란 쉽지 않다. 이미 일본, 영국 기업들은 화웨이 제품 판매 중단을 통해 미국 제재에 힘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난관에 봉착했다. 상대는 중국이다. 이미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 중국의 보복을 경험한 바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한국이 미국과 손을 잡게 된다는 의미는, 반대로 중국과 척을 진다는 뜻이다.

우선, 한국 수출의 효자 품목인 반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은 2017년 아시아 반도체 업체 수출 물량 중 절반 이상을 사들였다. 화웨이 등 중국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경제적인 보복이 시작된다면, 반도체뿐 아니라 양국 간 교역하는 수많은 산업분야 및 관광 등으로 퍼질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아직까지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외압 없이 스스로 화웨이 장비를 퇴출하는 시나리오는 불가능하다. 비용만 고려해도 LG유플러스가 기존 LTE에 5G망까지 다른 장비사 제품으로 교체하는 선택을 내릴 수는 없다. 통신3사가 화웨이 스마트폰을 판매하지 않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이미 한국은 외산폰의 무덤이라, 화웨이 스마트폰이 통신3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다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 샌드위치 신세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한국 경제와 외교‧정치 전반을 고려한 영리한 한 수가 필요하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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