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을 30년 넘게 진행해온 국민 MC 송해 선생이 몇년 전 모 은행 광고에 출연했다. 빅스타급 배우나 김연아와 같은 대형 스포츠 스타들만 나오는줄 알았던 은행 광고에 예상을 깨고 송해 선생이 나오는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파격적이었던 것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은행에 예금을 해야 기업이 살고, 기업이 살아야 젊은이들이 취업도 잘된다’는 송해 선생의 애국심 넘치는 멘트는 예상보다 훨씬 강렬한 효과를 냈다.
광고가 나간후, 이 은행 창구에 전국적으로 연배 지긋한 노인 고객들이 크게 늘어났던 것이다. 송해 선생의 은행 CF는 말 그대로 ‘대박’급이었다. 광고가 나간지 1년여만에 신규고객이 100만명 이상 늘어났고 이 은행의 인지도도 크게 올랐다는 조사도 나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빅히트를 친 송해 선생의 CF는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은행 인지도는 크게 올라갔지만 이미지가 '노년'에 맞춰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기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을 반영, 이 은행은 젊은 감각을 살리기위해 후속 편으로 힙합을 하는 파격적인 송해 선생의 CF를 제작했다. 하지만 앞선 작품과 비교해 강렬함은 떨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송해 CF'의 딜레마는 다른 곳에도 있었다.
오프라인(점포)의 업무부담이 노년 고객들의 증가로 인해 늘어난 것이다 . 즉, 당시 노인 고객들의 증가로, 이 은행은 창구(오프라인) 업무부담을 낮추기가 어렵게 됐다는 것. 노인 고객들은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 디지털채널을 통한 이용율이 떨어지기때문에 점포 이용 비율이 높다.
은행 입장에선 창구 비중을 줄이고 단순업무는 가급적 디지털 채널로 빠르게 전환해야만 오프라인(점포)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CF때문에 의도치않은 비효율이 발생해버린 것이다.
물론 노년층 고객의 증가가 오프라인(점포) 운영의 효율성에 있어서는 제약이 될 수 있겠지만 수익을 가져다주는 '고객의 경제적 가치'측면에서 이제 '노년'은 더 이상 부담스러운 고객층이 아니다. 경제력을 갖춘 노인 인구가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사회' 눈앞… 금융권 '실버 디지털 전략'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나?
65세 이상의 인구가 7%를 넘는 사회를 '고령화(aging) 사회', 14%를 넘는 사회를 '고령(aged) 사회'라 한다. 한국은 2018년말 기준으로 고령화율이 13.5%에 달한다. 본격적인 '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이같읕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동은 금융산업에도 중요한 변화를 예고한다. 특히 노령화 사회를 겨냥한 전략의 재정립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소위 58년 개띠‘를 중심으로 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예년 노년 세대의 그것과는 여러면에서 속성이 다르다.
특히 상대적으로 젊어진 가치관, 베이비부머 시대 출생자들의 은퇴는 다른 세대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자산(경제력)을 가진 세대의 은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비록 경제일선에서는 은퇴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금융권에선 중요한 ’고객‘군일 수 밖에 없다.
이들 베이비부머 은퇴 세대를 잡기위한 주요 금융회사들의 전략이 강화되고 있고, 거기에는 디지털금융 전략도 예외일 수 없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 불리는 요즘 젊은 세대에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디지털 UI/UX가 비교적 손쉽게 전파될 수 있지만 노령층은 이를 습득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노령층은 지금까지 ’비대면채널‘을 전통적으로 싫어하는 층으로 분류된다. 과거보다는 스마트폰을 원활하게 사용하는 65세 이상의 노인층이 많아지기했지만 여전히 은행, 보험, 증권 등 업종을 불문하고 주로 지점(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한 대면 채널을 선호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오프라인 점포를 포함한 대면채널을 유지하기위해 투입되는 비용과 기대 수익은 VIP고객을 제외하면 제한적이다. 은행으로서는 고민일 수 밖에 없다.
현재 국내 주요 은행들이 노년층 공략을 위해 선보이고 있는 ’실버 디지털전략‘은 아직까지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글자 크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확대된 ATM 등이 선보이고 있는 정도다. 신박한 아이디어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시나브로 디지털에 친숙한 노년층도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잣대로 노년 고객층을 무조건 디지털 사각지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점, 그리고 디지털에 친숙한 노년층의 변화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대면 디지털금융 전략을 통한 '변화하는 고령층' 고객 관리 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부자들 지형 변화, "이제는 70대가 큰 손"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018년 10월부터 약 2개월에 걸쳐 하나은행 PB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부자보고서'에서 가장 눈에띠는 것은 부자들의 지출 연령규모가 바뀐 것이다.
전년 조사에서 가장 지출규모가 컸던 60대를 제치고 70대 부자들의 지출 규모가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고령화 추세로 인해 부자들의 연령 분포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다.
하나은행측은 이는 빠른 고령화와 함께 경제력을 갖춘 ‘액티브(Active) 시니어’들의 증가로 고령층 부자들의 문화생활 및 사회활동 폭이 더욱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자산 규모 및 소득별로는 보유 금융자산이 클수록, 보유 총자산이 클수록, 소득이 많을수록 월평균 지출 규모가 커지는 경향은 당연한 귀결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 씀씀이도 크다. 은행, 카드사들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고객'군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부자들의 경우 경제적으로 풍족하여 문화·레저 뿐만 아니라 여행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자들에게 향후 지출계획에 대해 응답자의 72.7%가 문화 및 레저 비용을 늘릴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의료비 및 의약품비(36.9%)에 대한 지출도 확대하겠다고 응답했다.
여가활동을 위한 문화·레저 관련 지출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노후를 대비하며 여가활동을 위한 감성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한편,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특성은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지방에 거주하는 부자들이 문화·레저 항목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강남3구 부자들은 의료비 및 의약품비를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다른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높아 건강 중시 경향이 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