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홍하나기자]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산업계 학계 시민단체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질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개인정보 활용과 관련해 사후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30일 서울시 강남 사옥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기로에 놓인 데이터 경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패널로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이진규 네이버 이사, 류준우 보맵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개인정보 활용을 두고 산업계, 학계, 시민단체의 의견이 엇갈렸다. 산업계에서는 적정 선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자들과 달리, 국내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뒤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기업들이 지나치게 활용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류준우 보맵 대표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우버,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들은 지금까지 추출된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데이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활용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결국 경쟁력 약화를 넘어 데이터 주권 자체가 해외로 넘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개인정보 활용에 대해 강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적절한 보호와 활용의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례 소개도 이어졌다.
이진규 네이버 이사는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은 내용의 약 절반가량이 개인정보보호, 나머지 절반이 유럽 내에서의 개인정보 흐름을 보장한다”며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를 확실히 한 EU의 GDPR 등 글로벌 동향을 맞춰 나가면 잘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반면 보호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산업계의 지나친 개인정보 활용이 소비자 이익 침해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정 총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등 개인정보 침해의 피해를 몸소 느꼈다”며 “그럼에도 기업들은 활용에만 지나친 방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개인정보 활용과 보호에 대해 이견을 보인 패널들은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개인정보 활용과 관련해 선(先) 허용하고 후(後) 규제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김민호 성대 교수는 “종이 데이터 기반이던 2세대(G) 시대에는 개인정보와 관련해 사전예방이 가능했으나 이젠 아니다”며 “사후통제로 무게중심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시각을 바꾸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며 “데이터 산업마저 기회를 잃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류 대표도 여기에 동의하면서 “이제는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상호보완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며 “이제는 산업 자체가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고,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소비자 편익 증대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사무총장도 법적 제도에 한계가 있다며, 사후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정 사무총장은 “개인정보나 IT분야에서 사후적 차원의 법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다”며 “실제로 미국에서는 사후적으로 사업자들에게 책임을 물 수 있는 다양한 법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도 이러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소비자들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사무총장은 “개인정보 이슈와 관련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신뢰회복”이라며 “소비자들이 개인정보 활용 약정에 동의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이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문제제기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하나 기자>hhn062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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