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정선기자] 애플이 영상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며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업체간 경쟁 확대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곳도 있는 반면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 등 글로벌 공룡들의 잇따른 참전에 위기감을 느끼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2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애플TV플러스’를 공개했다. 14억대의 애플 디바이스 사용자와 자체 콘텐츠로 OTT의 최강자 넷플릭스에 도전하겠다 천명한 것이다.
여기에 애플은 10억달러(한화 약 1조1345억원)을 들여 제작해둔 독점 콘텐츠도 준비했다. 특히 삼성, LG전자의 스마트TV에서도 애플TV플러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시장을 넓혔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넷플릭스, 디즈니에 이어 애플까지 OTT 시장에 뛰어들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3월20일 20세기폭스를 인수하며 미국 OTT 시장 3위인 '홀루'의 최대 주주가 된 콘텐츠 공룡 디즈니가 올해 말 OTT를 내놓을 예정이다. 넷플릭스의 성공을 지켜본 디즈니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넷플릭스는 이미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지난해에만 국내 이용자 수가 3배 가까이 늘어 130만명에 달한다. 결제 금액만 연 1500억원 수준이다. 이런 위기감에 국내 기업들이 OTT 분야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단위 자본을 갖춘 그룹사가 아닌 이상 뛰어들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OTT 채널 '옥수수'와 지상파 3사 방송 플랫폼 '푹(POOQ)'을 통합한 OTT 신설 법인을 준비중인 SK텔레콤을 제외하면 새로운 플랫폼을 준비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국내 콘텐츠 생산 업계에서는 애플의 참전을 청신호로 보고 있다. 플랫폼이 미디어 콘텐츠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에 제작사 지분 투자와 인수를 위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스터션샤인'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등에는 이미 많은 지분 투자와 인수를 위한 문의가 몰리고 있다.
금융 관계자는 "유명 작품, 작가를 갖춘 제작사 뿐만 아니라 실적이 없어도 장래성을 보고 투자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제작사들도 이에 적극 대응하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드라마 제작사의 몸값이 오르는 것과 더불어 가상현실(VR) 콘텐츠, 3차원(3D) 애니메이션 제작사들도 순풍을 타고 있다. 플랫폼 측의 작품 제의와 대형 제작사에서 공동 작업을 제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VR 콘텐츠 제작사 대표는 "OTT 시장이 가열되며 다양한 콘텐츠를 구비하기 위해 기존 콘텐츠 뿐만 아니라 맞춤형 콘텐츠 제작 문의도 늘었다"며 "예산 자체도 이전 대비 현실적인 수치가 제시되는 등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정선 기자>shi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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