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3일 SK텔레콤이 프로모션 형태의 5G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았다. 하루 만에 부랴부랴 요금제를 바꾼 최종안이다. 이는 KT가 전날 8만원 요금제부터 속도제어 없이 무제한 5G 데이터를 제공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한 방이었다.
SK텔레콤은 급한 대로 요금제를 수정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KT에 5G 요금제 주도권은 뺏긴 상태다.
SK텔레콤은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요금인가제를 꼽고 있다. 국내 통신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돼 요금제 출시 전 정부 인가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유일한 통신사다. 5G 요금제도 예외는 없었다. 정부는 5G 중가 요금제를 요구했고, 경쟁사에 요금정보 상당수는 유출됐다.
이날 SK텔레콤 MNO사업부장 유영상 부사장은 “요금인가제 관련해서는 이번에도 봤겠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고 인가 과정에서 따라할 수 있는 요인들이 있다”라며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것이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보통 통신사 요금제의 경우 1위 사업자가 정부에 인가를 신청하는 이용약관 추이를 지켜본 후 경쟁사들이 움직임에 나선다. 이 때문에 담합이라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5G 요금제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 차례 반려까지 했다. 이에 SK텔레콤은 5만원대 요금제를 새로 구성해 정부에 가져갔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이 제시한 ▲5만5000원 기본제공데이터 8GB ▲7만5000원 150GB ▲9만5000원 200GB ▲12만5000원 300GB 요금제는 출시 전부터 시장에 알려졌다. 여기에는 기본제공데이터 소진 후 속도제어 조건이 포함돼 있었다.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본 KT는 파격적인 요금제를 선보인다. “속도제어는 5G답지 못하다”고 강조하며 5G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 ‘5G 슈퍼플랜’을 공개했다. 속도제어 없이 5G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로밍 데이터 속도와 부가혜택에 차이가 있지만, 25% 선택약정할인 기준으로 월 6만원이면 5G 무제한 데이터 혜택이 시작된다. 프로모션이 아닌 정식 요금제다.
속도제어 조건을 요금제에 내건 SK텔레콤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인가 사업자라 쉽게 요금제를 바꿀 수도 없다. 정부당국의 의사결정체제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울며 겨자먹기로 프로모션 형태로 5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5G 초기시장에서 상당수 가입자를 KT에 넘겨줘야 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만큼 KT가 내놓은 요금제는 강력했다.
앞서, 언급한 SK텔레콤 요금제에서 달라진 첫 번째 사항은 9만5000원 요금제가 8만9000원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KT에서 제시한 월 8만원 요금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한 조치다. 또, 8만9000원과 12만5000원 요금제는 완전 무제한으로 5G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 조건은 6월말까지 가입한 고객에게 연말까지 제공하는 한시적 혜택이다. SK텔레콤 5G 요금제는 기간 한정과 KT보다 비싸다는 리스크가 있다. 5G를 통해 1등을 차지하겠다고 선언한 KT가 점화한 무제한 데이터 경쟁에 현재 1위 SK텔레콤이 올라탔지만 주도권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유 부사장은 “프로모션으로 데이터 완전 무제한 8만9000원 요금제를 3개월 한정으로 내놨는데, 고객 수요와 커버리지, 상황 등을 보면서 그 시점에 다시 판단을 하겠다”며 “본래 요금제로 돌아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중저가 요금제 니즈를 반영했고, 장기적으로도 5G 커버리지 확대와 성숙도를 보면서 추가 요금제에 대한 생각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