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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티맥스의 문제제기, 무엇이 절박했나?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최근 티맥스소프트는 KB국민은행의 ‘더 케이 프로젝트’ 불공정 SW 제품 선정에 대한 입장 발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해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금융 IT시장은 SW기업에게 공공과 더불어 대형 시장이다. 사업 수행 과정에서 발주기관과 수주업체가 많은 갈등을 빚어지고 법정까지 가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SW업체와 발주처가 극한 대립으로 가는 경우는 희박하다. 전후사정을 떠나, 자칫 '악동'의 이미지가 굳어져 금융 IT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 있기때문이다.

티맥스소프트는 지난 기자회견에서 서울 중앙지검과 공정거래위원회에 관련 사업의 사업자 선정 무효 가처분 신청과 재심위를 요청하는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티맥스소프트 입장에선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IT업계에선 티맥스소프트가 이처럼 강수를 둔 이유에 대해 여전히 궁금해 하고 있다. 단순히 수십억짜리 사업을 놓쳤기 때문에 그랬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만약 결과가 티맥스소프트쪽에 유리하게 나더라도 앞으로 KB금융과 티맥스가 일을 같이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티맥스소프트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놓고 IT 외적인 추측들도 적지않지만 IT에 관련한 추론만을 중심으로 정리해보면 내용은 대략 이렇다.

우선,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선 안된다는 티맥스의 절박함이다. 이번에 티맥스를 제치고(?) 선정된 IBM의 DB2의 경우 무제한라이선스(ULA)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용자의 제한 없이 제품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다.

최근 글로벌 IT벤더들의 라이선스 정책이 강화되면서 은행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감사와 관련한 리스크를 아예 떨쳐 내고자 ULA를 많이 선호하는 분위기다. 따져보자면 글로벌 벤더들의 큰 그림(?)에 국내 대기업들이 어느정도 화답하는 모양새다.

역설적이지만, 글로벌 IT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SW 라이선스 단속 강화로 민감해진 국내 대기업들에 이번에는 다시 라이선스 관리 편의성을 제공하는 ULA를 드리밀면서 본인들 제품에 종속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이다. 병주고 약주는 식이다..

그동안 티맥스는 자신들이 강점을 가진 미들웨어 부문에서는 금융시장에 많은 구축 사례를 확보해왔다. 국민은행도 지난 1차 차세대시스템 당시 티맥스 미들웨어 제품을 도입한 바 있다. 티맥스의 강점은 고객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최대한 맞춰준다는 것인데, 이는 국산 SW벤더가 어필할 수 있는 강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같은 국산 SW벤더의 강점은 희석되고 있다. IT비용 절감 이슈가 커지면서 ULA와 같은 요소가 더 중시되는 분위기다.

이와함께 티맥스소프트의 유연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는 영업대표가 유지보수에 대한 권한도 가지고 있어 비용에 있어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SW공급과 유지보수가 분리되면서 가격 경쟁력 면에서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티맥스는 국산SW업계를 위해서 국민은행과 같은 대형 금융사가 국산SW의 사용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기업의 IT인프라 운영전략은 변화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업체가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일정 규모의 사용료를 내고 SW를 이용하는 기업들로서는 클라우드 플랫폼위에서 원활하게 가동하는지의 여부가 더 중요해졌다.

티맥스의 문제 제기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주목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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