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소프트웨어

‘공개SW’ 하다 만난 사람들…“편하게 AI 개발하세요”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래블업(Lablup)은 인공지능(AI) 분산처리 솔루션 및 서비스를 공개 소프트웨어(SW)로 제공하는 4년차 스타트업이다. 구성원 7명 대부분이 포스텍과 카이스트, 한양대 석·박사 출신으로, 이중 일부는 공개SW 생태계에서 활동하던 중에 만나 창업까지 이어진 케이스다.

신정규 래블업 대표의 경우, 포스텍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과를 복수 전공하고 복잡계 뇌과학 및 머신러닝(기계학습) 등을 전공한 인물이다. ‘텍스트큐브’라는 오픈소스 블로그 SW를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 신 대표가 공개SW 활동을 하다가 만난 김준기 래블업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카이스트 전산학과 박사로 GPU 기반 네트워크 가속 및 부하분산 기술 개발 분야 전문가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글로벌 오픈 프론티어 활동 중에 만난 조만석 연구원 역시 한양대 뇌인지학과 석사 출신이다. 이밖에도 거의 모든 구성원이 수학과 물리, 뇌과학 등을 전공한 재원이다.

‘백엔드.AI’ 플랫폼 제공, 누구나 AI 쉽게 활용

지난 2015년에 창업한 래블업은 현재 ‘백엔드.AI(Backend.AI)’라는 표준화된 플랫폼을 통해 AI 연구 개발부터 서비스까지의 전 과정을 자동화하고 필요 시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누구나 시간과 비용의 제약 없이 AI를 개발 및 서비스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래블업의 백엔드.AI 플랫폼은 공개SW다. 비상업용을 전제로 깃허브에서 래블업이 제공하는 플러그인을 개발 툴에 설치하면 누구나 쓸 수 있다. LGPLv3 라이선스를 채택했다. 다만 상업용 및 재배포를 위해선 별도의 상용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신 대표는 “연구소에서 AI를 만들면서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며 “그야말로 삽질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백엔드.AI를 만든 것은 그 때문이다. 회사 이름이 래블업인 것로 ‘연구소를 업그레이드하자’는 의미로 연구소(Lab)과 업그레이드(Upgrade)를 합친 것이다. 한동안 실제로 ‘랩을 업’이라는 사명으로 쓴 적도 있다.

백엔드.AI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딥러닝 개발에 특화된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속 매니지먼트 플랫폼이다.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IaaS)나 자체 인프라에서 오토스케일링이나 보안격리, 버전관리, 언어별 SDK, 자원할당, 모니터링 등 AI를 구동시키는데 필요한 기능을 알아서 제공해준다.

AI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으로 떠올랐지만 누구나 AI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과정을 뒷단에서 대신 해주겠다는 것이 래블업의 목표다. 머신러닝 및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연구, 개발, 협업, 공유, 서비스 과정을 자동화, 일원화시켜준다.

개발자는 래블업이 제공하는 주피터나 비주얼스큐디어, 인텔리J, 아톰 등에서 플러그인 API 키만 설정하면 된다. 텐서플로우와 파이토치, 카페 등 다양한 머신러닝 라이브러리도 지원한다. 백엔드.AI는 컨테이너와 GPU 기술을 결합해 수초 내 연산세션이 사용자 PC에 뜨도록 한다.

예를 들어 GPU가 없는 랩탑을 들고 다니며 딥러닝 AI를 개발하고 싶은 개발자는 자신의 GPU 워크스테이션 혹은 래블업의 클라우드 버전에 등록하거나 클라우드 요금제를 가입한 이후, 랩탑에 백엔드.AI 클라이언트만 설치하면 된다. 현재 백엔드.AI의 클라우드 버전을 다운받은 사용자는 1만명에 달한다.

또 회사 내에 있는 고성능 GPU 서버 1대를 여러 연구원이 공유하면서 쓰고 싶을 때는 사내 서버에 백엔드.AI를 설치하고, 각 연구원의 PC에 백엔드.AI 클라이언트를 설치하면 된다. 현재 단일 백엔드.AI 클러스터가 동시 지원하는 노드 수(서버)는 2000대에 달한다.

현재 백엔드.AI는 1.4 버전까지 릴리즈된 상태다. 이는 약 17개의 컴포넌트 저장소로 구성돼 있으며 대부분 공개SW다. 최신 1.4 버전에선 GPU 자원 고급 할당 및 스케줄러 기능이 강화됐다. 차기 버전에선 대규모 고성능컴퓨팅(HPC) 클러스터 오케스트레이션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알파고’ 열풍이 바꾼 풍경

백엔드.AI(이전 제품명 소르나)를 처음 출시한 2015년만 해도 AI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는 지금 같지 않았다. 때문에 래블업은 당시 온라인 코딩 플랫폼인 ‘코드온웹(CodeOnWeb)’을 개발하고 이를 한동안 밥줄로 삼았다. 코드온웹은 2016년 디캠프가 주최한 디데이에서 우승한 이력도 있다.

그러던 어느날, 때는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의 바둑 경기가 열렸다. 그것도 서울 광화문에서. 알파고의 승리로 끝난 그날 대결 이후 AI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래블업 역시 그날을 기점으로 AI에 대한 문의를 수없이 받고 있다. 또 2017년 6월에는 카카오벤처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로부터 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도 거뒀다.

현재 백엔드.AI는 국내에서 국민대와 한양대 등이 사용 중이다. 기술검증(PoC)이 진행 중인 곳도 다수다. 최근엔 포스텍 HPC 랩 나노융합기술연구소와는 물리학 시뮬레이션 워크로드를 연구, 개발하는 연구소도 공동 설립했다.

지난 11월 8일에는 엔비디아의 AI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엔비디아 인셉션(NVIDIA Inception) 어워드’에서 ‘오늘의 피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엔비디아 인셉션은 AI 기반의 첨단기술로 신시장 개척에 나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가상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등록되면 엔비디아 최신 GPU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술 지원 및 교육, 협력 네트워크, 자금 등을 지원받는다.

래블업은 AI 기술을 누구나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싸인이 담긴 ‘엔비디아 타이탄 V CEO 한정판’ 제품도 상품으로 받았다. 신 대표는 “CEO 한정판은 엔비디아 직원들도 갖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그냥 뜯었다가 다시 그대로 박스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블록체인 솔루션 업체인 커먼컴퓨터와 공동으로 백엔드.AI 플랫폼을 블록체인화하는 프로젝트(AIN, AI Network)도 진행 중이다.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남는 자원이 있을 때 서로 빌려주고 사용하는 것을 기록하기 위한 용도다.

엔비디아 GPU 외에 다양한 가속칩 활용 계획

래블업은 내년에 GPU 클라우드와 관련해 엄청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현재는 엔비디아 GPU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가속칩(프로세서) 종류에 상관없이 머신러닝에 필요한 가속을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 목표다.

신 대표는 “올해 들어서도 많은 기업과 기관이 AI 개발과 연구를 위한 GPU 클라우드, 클러스터 솔루션을 요청해 오고 있다”며 “강력한 GPU 자원 관리와 편리한 AI 개발 환경을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동시에 제공하는 업계 유일의 솔루션이라는 것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엔비디아 GPU를 지원하지만 조만간 AMD GPU부터 인텔 라라비, 구글 TPU(텐서 프로세싱 유닛)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HPC의 범용연산 분야의 경우, 오픈CL 가속이 되는 연산이 유리한데 이 경우 엔비디아보다 AMD GPU가 더 빠른 처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설치를 보다 쉽게 할 수 있게 솔루션을 고도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유럽, 미국 등지에서의 요청에 따라 조만간 데모시연을 위한 출국도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국산 공개SW 기술로 GPU 클라우드 손쉽게 구축”
[미니 인터뷰] 신정규 래블업 대표

Q. 백엔드.AI 플랫폼만의 강점이 있다면?
A. 글로벌 기업의 경우, 대부분 자사의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으로 관리형 머신러닝 환경을 제공한다. 때문에 의료나 금융기관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사용이 힘든데, 백엔드.AI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물론, 소유하고 있는 자체 서버 팜(온-프레미스)을 통해 직접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차별점이다. 또 ‘AWS 세이지메이커’나 ‘MS 애저 ML스튜디오’와 같이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의 관리형 머신러닝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해당 클라우드 서비스의 컴퓨팅이나 스토리지, 각종 툴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학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백엔드.AI는 그럴 필요가 없다. 또 AWS이나 MS, 온프레미스와 AWS 등 이기종 클라우드(이를 ‘폴리 클라우드’라고 지칭) 통합 지원도 가능하다.

Q. 왜 공개SW로 공개했나
A. 여태까지 공개SW가 아닌 것을 한 적이 없다. 회사 자체가 공개SW를 하는 문화이고, 오픈소스를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내부 공식 언어도 영어다. 공개SW 기반의 개발 문화는 영어가 필수라고 생각했다. 백엔드.AI의 하위 17개의 컴포넌트 모두 공개SW로 구성돼 있다. 도커 플랫폼을 비동기 파이썬에서 사용하기 위해 AIO도커를 만드는 식이다. 여러 공개SW 프로젝트에도 다수 기여하고 있다. 현재 직접 만든 오케스트레이션 도구를 쓰고 있는데, 이 부분을 쿠버네티스로 통합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 본 공개SW 활용 성공사례는 디지털데일리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공개SW역량프라자가 공동 발굴한 기사입니다.

디지털데일리 네이버 메인추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