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서울시가 추진하는 ‘제로페이’ 사업이 오는 20일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제로페이는 오프라인 결제 과정에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고비용의 결제 인프라 구조를 기존 금융 플레이어와 서울시의 협상을 통해 해결했다.
서울시와 시중은행들은 계좌이체에 따른 결제수수료를 은행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수수료 인하 구조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연매출 8억원 이하 가맹점에게 결제 수수료 0원과 소비자에겐 체크카드(30%)보다 높은 소득공제 혜택(40%)을 준다는 계획이다.
소상공인에 대한 부담경감과 시장 활성화라는 서울시의 목표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만 지자체에서 진행되는 사업이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된다는 점에서 먼저 결제 생태계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우선 국내에선 신용카드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부가가치사업자(VAN)도 덩달아 시장을 확대해왔다는 점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VAN사의 수수료가 카드결제시장의 공급망을 고비용구조로 가져가는데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VAN사 입장에서는 사실상의 카드 인프라 확충의 역할을 맡아오면서 시장에 투자한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카드사와 VAN사는 수수료를 매개로 상점에 결제 단말기를 설치하고 유지보수를 해 왔다. 이는 신용카드가 국내 시장에 정착해 온 20여년 간 지속돼 온 생태계다. 하지만 제로페이는 이러한 생태계 없이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초기에 사업을 타진해왔던 카카오페이 등 기존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파일럿엔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도 아픈 부분이다. 카카오페이는 파일럿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 뿐이지 본 사업에는 기회가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해 제로페이가 성공하면 시장에 참여하겠다는 의미다.
오프라인 간편결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제 인프라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로페이는 QR코드 방식으로 스티커 형태의 QR코드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구조지만 이는 소수의 시장 등 개인 상공인에 한정된 형태로 보인다. 결국 판매시점관리(POS)와 같은 기존 기기의 활용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는 결국 또 다른 결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과 같다.
제로페이도 결국 누군가는 오프라인 상점 등 현장에서 서비스 지원과 영업의 역할을 떠맡아야 하는데 그 생태계 구성에 흔쾌히 동의할만한 동인이 없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QR코드 방식의 중국 알리페이도 현지에서 0.6%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알리페이도 수수료 자체 보다는 수신고를 늘려서 트레이딩 기반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간편결제 업무를 대행줄 수 있는 파트너들이 활발해야 결제 생태계가 운영되는데 수수료를 없앤 제로페이 방식으로 생태계 마련이 될지 의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제로페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공기 중에 산소만 있다면 숨을 쉴 수 없듯이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자기의 역할을 할 때 온전한 생태계가 마련되고 지속성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부분을 제로페이 서비스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