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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 결국 금융 SI시장 회귀하나?…우체국금융 차세대사업 참여에 촉각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KB국민은행의 ‘더 케이(K) 프로젝트’가 사실상 LG CNS와 SK C&C의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SDS의 향후 금융사업 전개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KB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인 ‘더 케이 프로젝트’의 제안요청서(RFP)를 수령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의 이번 차세대사업이 디지털 금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인 만큼 삼성SDS의 참여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삼성SDS는 지난 6월 금융기관의 디지털 혁신을 선도할 인공지능·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금융플랫폼 ‘넥스파이낸스(Nexfinance)’를 선보이며 디지털 금융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권 공동 블록체인 인증 서비스인 ‘뱅크사인’ 구축을 마무리하고 서비스 오픈에 나서기도 했다.

◆디지털 금융 등 외부 상황 변화=삼성SDS의 금융 사업은 지난 2013년 공공·금융 IT 사업에서 철수한 이후 삼성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만 이뤄졌지만 시장에서는 삼성SDS의 금융 시장 재진출에 대해 항상 촉각을 기울여 왔다. 이는 시장에서 공급의 불균형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삼성SDS가 시장에서 빠지고 LG CNS와 SK C&C 양 강 체제가 굳어지면서 금융 IT시장에서 발주되는 사업에 비해 공급자의 수가 줄어든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사의 차세대시스템 발주 및 일정관리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업 발주 전에 시장에서 해당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가 될 정도다. 때문에 대형 IT사업을 추진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협상력 향상과 일정 관리의 용이성을 위해 삼성SDS의 동향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삼성SDS는 금융 IT시장 재진출 여부에 대해 항상 확고하게 “생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실제 삼성그룹계열사를 제외한 외부 사업에 참여한 경우도 없다. 금융 IT 업계 관계자는 “하려고 해도 사람이 없어 하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삼성SDS의 금융 SI사업 조직은 이미 다른 곳으로 재배치 됐고 영업인력 일부는 중견 IT서비스업체로 이직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상황이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열풍이 금융권에 불면서 ‘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삼성SDS도 내부에 디지털 금융전략팀을 구성하는 등 ‘디지털 금융’이라는 키워드를 적극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블록체인 등 신기술 기반의 서비스에 있어선 시장을 선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금융권에 ‘마이데이터’ 등 데이터 기반 신규 서비스 발굴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서비스의 밑바탕이라 할 수 있는 인증 부분에 ‘생체인증’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사실상 SI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연합회 블록체인 구축 사업에서 삼성SDS는 프로젝트 관리(PM) 역할을 하며 품질관리 및 기술 아키텍처(TA), 논리구조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아키텍처와 관련한 매니지먼트를 SDS가 담당한 만큼 사실상 SI사업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 및 응용 등은 하청업체를 통해 진행했지만 통상 IT서비스업체들의 사업 관행을 비춰보면 과거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업계에선 삼성SDS의 대외 금융IT사업의 향방은 내년도 발주된 우체국금융 차세대시스템 사업의 참여 여부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우체국금융 사업 참여 여부 촉각=우체국금융 차세대시스템은 클라우드 기반의 주전산시스템 구축, 블록체인 기술의 내부 적용 등 일반 금융시장 IT시스템 구축 트렌드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다수 담고 있다. 우체국금융의 규모와 여수신, 보험, 카드 등 보유하고 있는 금융 서비스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디지털 금융에 최적화된 시스템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 SI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삼성SDS로서도 디지털 금융에 걸맞는 새로운 형태의 IT시스템 발주가 이뤄진다면 ‘레퍼런스’로서 우체국금융 사업을 간과하긴 힘들어 보인다. 실제 삼성SDS는 우체국금융이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앞서 진행한 정보화전략계획(ISP) 주사업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관련업계에서는 대외 금융사업에 관심이 없다던 삼성SDS가 굳이 우체국금융의 ISP 사업에 참가, 사업을 수주한 것 자체가 금융시장 진출에 대한 의도가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금융 IT업계 관계자는 “우체국금융은 공공과 금융 양쪽에 속하는 흔치 않은 사례”라며 “삼성SDS가 우체국금융 사업에 참여할 경우 공공과 금융 시장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내용으로 하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삼성SDS 디지털금융 미디어데이에서 우체국금융 차세대사업 참여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삼성SDS 유홍준 금융사업부장은 “사업이 발주되면 내용을 보고 고심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공공 사업의 경우 IT구축 사업에 사전 연계된 ISP 사업을 수행했던 주사업자가 시스템 구축 사업자 경쟁에 참여하면 일정 점수를 감점당하는 규제가 있는 만큼 이를 감수하고라도 삼성SDS가 참여할지 여부도 관심이다. 감점을 감수하고도 우체국금융 차세대 사업에 참여할 경우 삼성SDS의 금융사업에 대한 재진출 의지가 그만큼 확고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우선은 지난 9월 우체국금융이 발주한 ‘블록체인 기반 우체국예금 업무처리 발전방안’ 컨설팅 사업에 삼성SDS가 참여할 지가 관심이다. 우체국금융은 블록체인 도입을 통해 ▲분산 스토리지 구축 방안 ▲AP 분산 구축 방안 ▲코어 AP 인증 체계 ▲클라이언트 인증방식 ▲거래 안정성 확보 방안 분석과 비용절감 효과 및 고객 편익 증진 효과 분석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사실상 블록체인의 금융권 코어 뱅킹 시스템 도입 여부를 타진하는 사업인 만큼 삼성SDS가 이 사업에 참여한다면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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