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디스플레이 전문기업 파인텍의 강원일 대표가 대출을 위해 담보로 내놓은 주식이 올해 들어 다시 늘고 있다. 7월 반등했던 주가도 다시 원위치로 복귀해 불안정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최대주주 강원일 대표 지분은 8월 28일 기준, 20.83%(237만3972주)다. 강 대표 보유 주식 중 현재 대출을 위해 담보로 내놓은 물량은 총 55만1364주다. 보유 주식의 23%가량이 담보 주식이다.
작년 3월 중순 담보 주식 물량은 37만주 가량이었으나, 3월 말 55만주 가량으로 늘어났다. 같은 해 9월엔 약 46만주 정도로 줄었다. 올해는 비슷한 물량을 이어오다 8월 말이 되면서 다시 55만주를 넘었다.
현재 SBI저축은행(담보 주식 4만7000주), JT친애저축은행(4만4300주), 삼성증권(11만7064주), BNK캐피탈(4만5000주), 오릭스캐피탈(5만주), NH캐피탈(4만8000주), IBK캐피탈(20만주)로부터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았다. 현재로선 주식 담보 대출의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
일각에선 강 대표가 주식 담보 대출을 받은 이유가 신주인수권(워런트) 매입 및 행사 자금 마련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분리형 BW(신주인수권부사채)의 신주인수권을 매입하고 권리를 행사해 지분을 늘리면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다. 최근 강 대표가 보유한 신주인수권 표시증서는 6월 19일 21만5536주, 7월 6일 23만8037주, 8월 28일 26만3834주로 늘어나고 있다.
앞서 올해 3월 회사는 250억원 규모의 10회차 BW(분리형·주주우선형)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발행 당시 매입하려는 투자자가 부족해 실권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관사였던 유진투자증권이 팔지 못한 물량을 할인해 투자자에 매각하는 등 애를 썼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실권 물량을 매입했던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회사가 계획하는 부분들이 있으나 신규 사업 내용을 보면 쉽게 전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라며 “기본적으로 회사 전망을 보고 BW를 샀다기보다는 아비트리지(차익거래) 기회를 보고 들어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자산운용사도 지난 6월 지분 11.3%에 달하는 BW 물량 대부분을 처분했다. 더는 주가 반등 기회가 없다고 본 셈이다.
한편, 최대주주의 주식 담보 대출은 그 자체로 투자 심리 위축을 가져와 주가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더불어 주가 하락 시 ‘반대 매매’가 일어나 다시 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 매매는 약정 기간 안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거나 주가가 담보권 설정가 밑으로 떨어지는 등 사유가 발생하면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주주에게 담보 주식을 처분해 갚도록 하는 조치다.
주가가 떨어지면 담보 가치도 동반 하락하기 때문에 반대 매매 가능성은 커진다. 파인텍 주가는 작년부터 꾸준히 하락해왔다. 현재는 작년 2월 고점(1만1700원) 대비 70% 가량 하락한 3000원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최대주주의 주식 담보 대출이 많아진 가운데 주가 하락세로 반대 매매 가능성이 오르는 모양새다. 최대주주가 담보로 내놓은 주식이 반대 매매될수록 경영권도 위협받게 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대주주라도 사적 영역인 주식 담보 대출 건수가 단순히 늘었다고 해서 윤리적 문제가 있다고 비난하기는 어렵다”라면서도 “다만 의심 가는 사안인 경우, 계좌 추적을 해서 불공정 거래나 시세 조종 등 여부를 따질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주식 시장에선 담보로 맡긴 주식의 반대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주주 측이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이 주식 담보 대출이 시세조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파인텍은 지난 7월 19일 호재성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자 이날 주가는 전일 대비 29.97% 오르며 반등세를 탔다. 7월 30일 종가는 4170원이었다. 그러나 주가는 이내 하락해 다시 3000원 초반대로 돌아갔다. 회사가 배포했던 보도자료는 ‘업계 최초로 7인치 이상 폴더블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본딩 장비를 개발했다’는 내용이다.
관건은 폴더블폰용 본딩장비와 관련해 실제 삼성과 협의·테스트를 진행했는지 혹은 이미 납품했는지 여부다. 삼성이 양산 단계로 접어들 때 수주 받을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폴더블폰용 장비를 공급했다는 공시도 아직 없는 상황이다. 실제 납품했더라도 연 매출의 10%를 넘지 않으면 공시 의무 대상이 아니며, 삼성과 비밀 유지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