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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가 ‘여성 리더십’ 강조하는 이유

(사진 왼쪽 두번째부터) 레이첼 바거 SAP 아태지역 최고운영책임자(COO), 이성열 SAP 코리아 대표, 최명화 CMO 캠퍼스 대표
(사진 왼쪽 두번째부터) 레이첼 바거 SAP 아태지역 최고운영책임자(COO), 이성열 SAP 코리아 대표, 최명화 CMO 캠퍼스 대표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 여성 임원의 비율은 2.4%에 불과하다. 이는 프랑스(37.6%)나 스웨덴(35.9%), 미국(20.3%)은 물론이고 이웃나라 일본(4.8%)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이다.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의 문제에 따라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고위직에 오른 여성의 수도 적은 셈이다.

맥킨지와 모건스탠리 등의 조사에 따르면, 경영진의 성별 다양성이 높을수록 성과가 높고 기업 이사회에 여성이 포함돼 있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재무성과가 높다는 결과도 있다.

때문에 많은 글로벌 기업은 여성임원할당제 등을 통해 여성 임원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독일 소프트웨어(SW) 기업인 SAP도 마찬가지다. SAP코리아는 사내 다양성 확대를 위해 최근 입사하는 신입사원의 75%를 여성으로 뽑고 있다. 이에 따라 내후년에는 현재 25%인 여성인력 비중이 35~4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성임원 비중은 10%인데 이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유연근무제는 물론 최대 120일의 출산휴가 및 미취학 아동의 경우 매달 30만원의 육아 장려금도 지급한다. 여성 임직원 간의 네트워킹 및 경력 개발을 돕기 위한 ‘비즈니스 여성 네트워크’도 운영 중이다. 지난 2016년에는 임신이나 육아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재취업을 돕는 ‘백투워크(Back-to-work)’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최근엔 마케팅 분야 여성 리더십 양성 전문기업인 ‘CMO 캠퍼스’와 디지털 마케팅 사업을 위한 협력하고 국내 여성 비즈니스 리더 양성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양사 경영진은 “롤 모델을 통해 여성 러더십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하고, 네트워크 형성이나 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여성의 DNA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이번에 SAP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CMO 캠퍼스는 LG전자 인사이트 마케팅팀 상무, 두산 브랜드팀 전무, 현대자동차 마케팅전략실 실장(상무) 등을 거친 최명화 대표와 대기업 마케팅 임원 출신이 ‘여성 임원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슬로건 하에 설립한 회사다. 지금까지 CMO 캠퍼스를 거쳐간 전현직 여성 마케팅 전문가만 총 150여명에 달한다.

최명화 CMO 캠퍼스 대표는 “항상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임원으로 지냈기 때문에 겉으로는 화려해 보였지만, 절대 쉽지 않았다”며 “마케팅 임원 0세대로서 후배들에게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며 CMO 캠퍼스의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여성은 소비자 뿐만 아니라 의사 결정권자로써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자동차 산업만 하더라도 브랜드 결정의 75%는 여성이 한다는 결과도 있다”고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레이첼 바거 SAP 아태지역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실제 비즈니스 고객의 50%가 여성이며, 이들이 갖고 있는 관점을 비즈니스에 어떻게 반영하는가가 중요해졌다”며 “다양성 측면에서 여성의 비즈니스 열정을 존중하고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이 여성 인력 양성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소매업이 은행업에 진출하는 등 비즈니스 경계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디지털 시대에 여성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그는 여성들이 자신에게 충실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롤모델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바거 COO는 “여성들은 흔히 비즈니스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공감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러한 장점을 키우면서 본받을 만한 롤모델을 조직 안팎에서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역시 SAP 이사회 임원이자 미주, 아태 지역을 총괄하는 제니퍼 모건 회장이 본인의 롤모델이라고 밝혔다. 여성들에게 스스로 잘할 수 있다는 믿음, 동기부여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 역시 “여성과 남성의 리더십이라는 것을 분리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아직까지 여성이 절대적 소수이기 때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성이기에 갖는 특장점, 예를 들면 수평적, 포용적, 과정을 중시하는 여성 DNA를 살리되 여성이기 때문에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는 프레임을 피하고 개인의 프로페셔널을 극복하는 것이 좋은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협력을 통해 SAP는 CMO 캠퍼스의 디지털 마케팅 분야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지난 6월 출시한 차세대 CRM 솔루션 ‘C/4HANA’와 디지털 혁신시스템인 ‘레오나르도’ 등 기술력을 활용한 지원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성열 SAP 대표는 “SAP는 여성이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이라며 “이번 MOU를 통해 한국사회의 여성인재를 발굴, 육성하는데 간접적으로나마 같이 일하게 돼서 영광”이라고 강조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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