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삼성전자가 31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 2분기 매출액 58조4800억원, 영업이익 14조87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D램과 낸드플래시 중심의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스마트폰과 TV를 비롯한 세트제품의 성적표가 신통치 못했다. 업황의 한계를 고려해야 하겠으나 일부 산업에 치중된 영업이익은 중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엇박자다.
메모리 사업은 예상대로 실적이 좋았다.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최근 불거진 고점 논란.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전환의 어려움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일축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선제적 투자가 핵심이다. 단순히 하드웨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성능과 효율을 고려해 서버 한 대에 장착되는 D램과 낸드플래시 용량을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 가상화와 클라우드 구현을 위해서다.
전방산업 측면에서는 내림세였던 PC 산업이 수익성 위주로 재편됐으며 스마트폰의 경우 고사양을 통한 차별화 전략이 여전하다.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스트럭처,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전방산업의 수요가 강하다. 업체별, 제품별 차이는 있으나 재고량도 적정수준 이하여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공급과잉 이슈는 고개를 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디스플레이는 호재와 악재가 뒤섞인 모습이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평균판매단가(ASP) 하락,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물량 감소,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 진영의 공세로 주춤했다. 하반기부터 플렉시블 OLED 공급량이 늘어날 예정이고 LCD 패널 ASP도 반등할 기미를 보여서 하반기 전망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세트제품이다. 갤럭시S9 판매 부진이 컸다. 중저가 라인업이 선방했다지만 이는 질보다 양을 선택하는 전략이다. 스마트폰, 태블릿을 더한 혼합평균판매단가(블렌디드 ASP)는 220달러(약 24만원)대였다. 태블릿이 빠진 애플의 스마트폰 ASP는 700달러대(약 78만원)에 달한다.
TV는 스포츠 이벤트 덕분에 체면치레했다. 영업망과 마케팅 경험이 풍부하므로 적당한 신제품이 나오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하반기 성수기 진입, 올해 판매량 목표 등을 고려했을 때 선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생활가전의 경우 에어컨 수요 둔화로 실적 개선이 제한적이었다.
하반기 삼성전자 실적은 상반기보다는 다소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 갤럭시노트9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탄탄한 데다가 중소형 디스플레이 공급 확대, 그리고 세트제품의 계절적 성수기 진입 덕분이다.
그러나 지나친 반도체 편중은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고점 논란은 걷어낼 수 있겠지만 좋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이 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AI, 5세대 이동통신(5G),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과제다.
한편, 2분기 시설투자(CAPEX)는 8조원이다. 반도체 6조1000억원 디스플레이 1조1000억원 등을 집행했다. 상반기 누계는 총 16조6000억원이다. 반도체 13조3000억원 디스플레이 1조9000억원 등을 사용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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