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2018년6월30일자로 발간된 <2018년판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에 수록된 내용중 일부를 요약한 것입니다. 편집 사정상 책의 내용과 기사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 RPA는 제2의 PI 혁신, “모든 업무 적용 가능성 검토”
- ‘주 52시간 근무제’로 고민하는 금융권, RPA로 극복 기대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이상일기자] 올해들어 국내 금융 IT분야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핫 키워드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다.
RPA는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규칙기반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SW)를 이용해 자동화하는 솔루션이다. 일찍이 BPR 또는 PI를 통한 업무 혁신을 경험한 바 있는 금융권에선 RPA를 보다 정교해진 툴로 기대하고 있는듯 하다.
RPA는 사람이 하는 저부가가치 업무를 자동화 처리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업무 및 차별적 비즈니스 가치 발굴 등의 창의적 업무에 인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사람에 의한 업무 절감이 가능하고,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의 관심도 크다.
특히 금융권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대응책을 마련에 분주한데, PI 혁신의 관점에서보면 RPA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직원의 업무량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재설정하기위해서는 단순 반복 또는 중복 업무는 표준화시켜서 RPA에 맡기는게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와 은행, 금융투자 기관 등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RPA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해외의 RPA 도입 사례를 국내 금융권에서 많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스위스의 취리히 보험그룹(Zurich Insurance Group)은 보험계약 관리, 보상금 지급 등의 업무에 RPA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고객서비스 영역에서 자산관리형 가상 비서 및 고객 응대형 감정 인식 로봇, 소액 자산보유 고객을 위한 저비용 자산관리 서비스 등에서 RPA가 도입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자산관리형 가상비서인 ‘에리카(Erica)’를 통해 자사 고객의 계좌 잔액을 분석해 과소비를 경고하기도 하고, 고객에게 유리한 카드대금 납부일을 추천하는 등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선 금융그룹 차원에선 신한금융그룹의 행보가 눈에 띤다. 전 계열사가 동시다발적으로 RPA 도입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RPA 전행 확산 프로젝트 사업에 착수했다. 올해 4월부터 추진된 이번 사업을 통해, 모든 업무에서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를 추출하고 선제적으로 시스템 도입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2017년 RPA 솔루션 구축을 은행권 최초로 대출(여신) 영역에 적용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여신업무에서 고객이 스크래핑으로 제출한 소득 및 재직서류처리를 자동화했으며, 단순 반복 업무의 축소와 24시간 365일 업무 수행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했다. 대출 신청이 갑작스럽게 몰리는 상황에서도 심사 진행이 가능해 고객에게 보다 빠른 대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신한카드도 반복적인 카드 국제 정산 업무에 RPA를 도입해 업무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RPA를 통해 카드 국제 정산 업무 프로그램 실행부터 ITF파일 다운로드, 변환 및 저장과 전송까지 일련의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했다.
올해 상반기, 신한생명은 8개 과제를 바탕으로 RPA 도입에 착수했다. 업무지원과 본사 업무 8개 과제를 선정해 RPA 도입을 타진한다. 신한생명은 당초 50개에서 35개, 그리고 마지막으로 8개 과제로 RPA 도입 타진 업무를 압축했다.
IBK기업은행도 RPA 시스템 구축 시범사업이 올해 주요 IT사업 과제다. 디지털 노동력이 인적자원을 보조해 단순, 반복,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후선(BPR)업무 7개 영역을 시범적용 후 확대할 예정이다. 7개 영역은 ▲금융정보 대량조회 ▲예금압류 등록/해제, ▲여신서류 발급대행, ▲여신심사서류 정리, ▲공과금 지급결의 등이다.
KB국민은행은 단순·반복적인 업무의 자동화를 RPA 도입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업무 자동화 대상으로 4가지 영역을 우선 추진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기업여신실행 ▲중개업소 조사가격 적정성 검토 ▲KB부동산 플랫폼 내 홍보의뢰 매물 소유자정보 등록 ▲중고차 대출한도 산정을 위한 시세 전산등록 등 4가지다.
KB국민은행은 자동화 효과가 높은 업무를 우선적으로 적용했으며, 앞으로도 RPA 적용 업무를 추가로 발굴해 적용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RPA 전문가 조직(CoE: Center of Excellence) 운영을 통해 RPA 솔루션 활용역량을 내재화하고 디지털화에 대한 전행적 관심을 높일 계획이다. 농협금융그룹도 올해 RPA 확대 추진 등 업무효율화를 통한 경영체질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2금융권에선 업종별로 선별적인 RPA 도입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에서의 관심이 높다.
앞서 ING생명은 지난 1월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스템을 본격 도입해 ▲신계약 ▲데이터 산출 ▲값 검증 ▲고객관리 ▲보험 상품 관리 ▲보장 내용 관리 ▲사후 관리 등 총 33개 프로세스에 RPA를 시범 적용했다. 3월부터는 RPA를 업무에 본격 도입, 전체적인 업무처리 속도가 평균 51% 향상되는 등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라이나생명도 RPA시스템인 라이나 봇(LINA BOT)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라이나 봇은 ▲계약관리 ▲고객서비스 ▲영업운영 ▲보험금 심사 ▲언더라이팅(인수심사) ▲품질 모니터링 등 총 34개 프로세스에 적용 중이다. 실제로 라이나생명은 라이나 봇 적용 후 하루 약 23시간이 소요되던 반복 업무가 약 1시간52분까지 줄었다.
하나카드도 심사 단계에 RPA를 연내에 적용할 계획이다. 오토론 차량 출고처리, 제휴카드 신청 접수와 발급, 카드 모집인 성과 보상금 지급 등 총 9개 분야에 RPA를 적용중인 삼성카드는 올해 RPA 적용 분야를 종전 대비 3배인 27개 업무로 확대하기로 했다.
KB증권은 비대면 계좌 개설 업무를 RPA로 자동화했다. 직원이 직접 입력하던 성명, 생년월일, 운전면허번호 등을 로봇시스템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자동 입력한다. NH투자증권도 연내 RPA 도입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권의 RPA 시장에는 컨설팅 업체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딜로이트, EY한영, PWC 등 컨설팅 업체들이 주사업자로 나서고 있다.
◆생각보다 효과 크지 않아, 신중론도 = 한편 즉각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비용절감을 위한 RPA 도입에 있어선 적극적인 업무 대체 및 확대를 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RPA는 쉽게 말해 ‘봇(BOT)’이 자동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개념인데 대부분 봇당 라이선스 비용이 부과되는 방식이어서 업무가 많이 대체된다고 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업무 프로세스 전반을 건드리는 만큼 조직 내 업무 분담 및 조정도 중요한 요소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 김광석 수석연구원은 “비즈니스 프로세스 자동화에 따른 전사적 인적자원 운영 방안 재설계 등 RPA 도입 시 야기될 전사적 차원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며, “RPA를 통해 대체되는 인력이 고부가가치 업무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재교육 및 조직의 변화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고, 프로세스 통폐합에 따른 조직 운영 체계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