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합산규제는 KT의 IPTV와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 가입자가 합산해 전체 유료방송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기 위한 장치다.
지난달 27일 자동 일몰됐다. 제도 도입 당시 시장상황을 평가한 후 일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국회 논의는 없었다. 그동안 이해관계자들의 찬반양론만 대립한 채 국회에서는 지난 4월부터 상임위가 열리지 않았다. 즉, 합산규제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가 국회 상임위에서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한 상태로 일몰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합산규제를 2020년 6월 27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방송법’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어 29일에는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3년간 합산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국회에서의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추혜선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고용진, 유승희 등의 의원이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국회가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들은 합산규제 연장 여부를 일몰 전 재검토하기로 했지만 여러 상황으로 인해 논의되지 못한 만큼, 자동일몰이 아닌 입법적 공백 상황으로 판단했다.
반면, 유료방송 정책을 맡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일몰을 지지하는 모습이다.
유영민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합산규제 일몰에 대해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합산규제 연구반을 운영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용역보고서를 맡기기도 했지만 결과물에 대해서는 입을 꼭 닫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에서 법안 발의가 잇따르면서 상임위 구성 이후 우선적으로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관계자는 “원 구성 이후 업무보고, 법안심사소위 구성을 거친 후 몇 가지 중요 법안들이 처리될 수 있다”며 “합산규제의 경우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고 국회논의 후 최종결정을 내려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는 만큼, 우선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합산규제에 대한 시각차이는 여전하다. 케이블TV 업계는 “합산규제는 독과점 사업자 출현을 방지하고 사업자 간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는데 이제는 입법미비의 규제공백이 기약조차 없는 상태가 돼 버렸다”며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규제 적용을 받는 KT측은 반대다. 소비자선택권 및 방송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SK, LG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KT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묶어야 한다는데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M&A에 대한 기준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중간한 입장이다. 일부 케이블TV 업계도 M&A를 이유로 규제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는 시장상황에 대한 판단여부가 중요하게 작용될 전망이다. 단순히 합산규제 뿐 아니라 IPTV와 케이블TV간 인수합병(M&A)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통신방송 업계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