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2017년 기준 국내 불법 소프트웨어(SW) 설치율은 32%였다. 매년 낮춰지고 있는 추세지만, 미국(15%), 일본(16%)에 비해선 여전히 높은 수치다. 최근 불법 SW를 사용하면 악성코드 감염 가능성이 약 30% 가량 높아진다는 조사결과가 제시돼 주목된다.
BSA 소프트웨어 얼라이언스(이하 BSA)는 ‘2018 글로벌 SW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BSA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 IBM, 애플 세일즈포스, 워크데이 등 IT기업이 회원사로 있는 글로벌 SW 연합체로 회원사의 이익과 산업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2년에 한번 불법 SW 사용율을 조사하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컴퓨터에 설치된 SW 가운데 32%, 즉 10명 중 3명의 컴퓨터에 설치돼 있는 SW는 정품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대비 3% 포인트(p) 감소한 수치다. 글로벌 평균은 37%였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BSA는 악성코드 감염이 불법SW사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IDC와 공동으로 수행한 조사에서 불법 SW가 설치된 컴퓨터는 1/3의 확률(29%)로 악성코드를 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7일 기자들과 만난 김근 BSA코리아 대표<사진>는 “예전에는 불법SW 이용을 경제 발전 저해, 도덕적 해이라는 측변에서 바라봤는데, 최근에는 사이버 보안이라는 부분으로 초점이 바뀌고 있다”며 “결국 이를 위해선 개인이나 중소기업들도 SW자산관리(SAM)를 통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불법SW를 많이 사용하는 국가에선 악성코드 위험이 높아지면서 실질적 피해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불법SW 설치율이 우리나라의 2배인 66%에 달한다. 중국에선 악성코드로 인해 약 4만개 기관이 장애를 경험했으며, 대학이나 은행, 통신사 심지어 주요소의 시스템까지 장애를 일으킨 사례가 있다. 러시아 역시 불법SW 사용율이 62%에 달했는데 지난해 악성코드 공격으로 보건부와 철도관리부, 내무부 등에 시스템 장애를 겪었다.
김 대표는 “결국 불법SW를 사용하면 보안 업데이트 등을 제때 받지 못해 사후 관리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공격 취약성이 노출된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이를 수치화시켰다는 것이 의미있다”고 설명했다. 또, 불법SW를 통해 유포되는 악성코드를 해결하는데 전세계 기업들이 지출한 비용도 연간 3590억달러(약 387조원)로 분석했다.
한편 그는 “불법SW 사용율 자체보다는 이에 대한 상업적 가치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불법SW설치율은 32%였는데 불법SW의 상업적 가치는 5억9800만달러(한화로 약 6400억원)으로 나타난 반면, 한국보다 불법SW 설치 비율이 낮은 미국(15%)은 86억1200만달러(약 9조2036억원), 일본(16%)은 9억8200만달러(약 1조494억원)로 나타났다.
즉, 한국의 불법SW 설치율이 미국, 일본 등에 비해 높지만, 불법 SW를 금액으로 환산한 상업적 가치는 이보다 낮다는 것은 결국 그 국가의 SW 성숙도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면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SW 가치가 30~40% 높은 셈이다.
김 대표는 “이는 한국에서 SW가 저평가돼 있고, SW산업 자체가 낙후돼 있다는 의미”라며 “또 SW가 국내에선 SI와 혼재돼 정의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BSA의 조사는 전세계 110여개 국가 및 지역의 소비자, 회사원, CIO 등 총 약 2만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 국가에서 판매된 PC와 설치 SW 수량 및 주요 SW기업에 판매한 수치를 비교, 분석해 도출한 결과다. 패키지SW와 오픈소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까지 조사대상으로 포함시켰다. 다만 SaaS의 경우 서버에 설치된 제품은 제외했다.
BSA 측은 불법 SW설치율이 감소한 이유로 PC 출하량 감소와 기업 사용자 비율 증가를 꼽았다. 개인 소비자가 PC보다는 모바일을 많이 사용하면서 기업 사용자 비율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한국의 경우, 공공기관의 망분리 및 정품SW 사용 노력이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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