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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분석] 비트컴퓨터, '높은 벽' 의료분야 클라우드 시장 과연 공략할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헬스케어 전문업체 비트컴퓨터(대표 조현정, 전진옥)가 데이터 콘텐츠를 판매하는 ‘플랫폼 회사’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작년 출시한 클라우드 기반의 EMR(전자의무기록) 솔루션 ‘클레머(CLEMR)’ 사업이 첫 단추다.

지난 16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18 코스닥 미래성장산업 릴레이 IR'에서도 회사 관계자는 “데이터 콘텐츠를 파는 플랫폼 회사로 가는 게 회사의 방향”이라며 “그 방향의 첫 단계가 클라우드다. 병원 의료 쪽으로 시작해서 안착하면 그 다음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분명히 했다.

비트컴퓨터는 작년 3월 클라우드 기반의 EMR 솔루션인 '클레머'를 출시했다. '클레머'는 클라우드 기반의 의료서비스를 패키지 형태로 공급하는 통합의료정보시스템이다. 각 병원마다 필요한 솔루션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 관계자는 “병원에서 저장해야 할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라며 “이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저장할 대용량 서버가 필요한데 그 서버 위에 DB, 보안 시스템 등도 올려야 하기에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클라우드”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2016년 6~7월 9000원대였으나, 현재는 30% 정도 하락한 6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컴퓨터는 지난 IR에서 '클레머'를 주요 투자포인트로 비중있게 소개했다. 회사가 클레머를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클레머가 시장에 얼마나 잘 자리잡느냐가 향후 투자의 관전포인트인 이유다.

회사 관계자는 “클레머 도입 시 기존보다 30~70% 정도 비용이 절감된다”며 “작년 클레머 제품 매출이 없다시피 했는데 작년 클레머로 9개 병원과 계약해 올해엔 매출 인식이 생겨 (매출이) 반등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보수적인 의료 시장 특성상, 병원에 도입된 적 없는 클라우드 형태의 패키지 EMR 솔루션이 시장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회사 측도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병원 입장에서는 데이터가 병원 울타리 안에 있어야 안전하다고 느낀다”며 “병원이 (클라우드 방식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커스터마이징(주문제작)으로 맞춤해줬기 때문에 패키지 방식의 클레머가 병원에 안 맞을 수 있다”며 “병원이 수백개~수천개 경험한 표준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구축해 효율성을 높였으나 병원 입장에선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MR 시스템이 멈추면 병원 진료가 모두 중단되는 만큼,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가벼운 사안은 아니다. 회사 측은 “(의료업계에서) 한 번도 사용해본 레퍼런스가 없어 (병원이) 두려움을 가진다는 점이 새로운 시장 진출에 단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하는 문제도 겹쳐있다. 클라우드 상에서 환자의 개인정보가 특별한 조치 없이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국내에선 같은 의료기관이라도 담당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특정 환자의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도 금지돼있다. 클라우드 시스템의 의료계 도입을 두고 현실성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국내에서 익명정보 수준의 개인정보 비식별 정보를 활용 가능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바 있지만, 아직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단계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비식별 데이터가 허용된 다음에 하면 늦다”는 반응이다. 시장 선도를 위해 미리 사업화했다는 설명이다.

작년 상반기 클레머가 출시됐음에도 회사 주가는 지리한 횡보 상태를 이어왔다. 회사 자체적으로는 클레머를 야심차게 준비했으나, 시장 내에서 받아들이는 속도는 아직 답보에 가까운 상태다. 결국 시장이 받아들이느냐 아니냐는 회사의 투자 규모나 자체 경쟁력보다 정부 정책 등 외부 요건이 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클레머 출시가 가능했던 것도 지난 2016년 8월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병원 의료기록의 외부 저장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병원이 전자의무기록을 내부에만 저장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의료정보사업을 중심으로 디지털헬스케어 및 IT교육 등 사업을 영위한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319억원, 43억원, 36억원이다. 작년 의료정보사업과 교육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6.25%, 20.67%다. 의료정보사업에서 의료정보시스템과 디지털헬스케어 부문 비중(전체 대비)은 각각 62.53%, 13.72%다.

최대주주는 조현정 대표로, 작년 12월 기준 지분율은 25.18%(418만5416주)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지분율은 26.64%(442만8392주)다.

◆ ‘벤처 1세대’…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적극 진출 =
이 회사는 지난 1983년 설립됐으며 1997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창업주인 조현정 대표는 인하대하교 전자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3년, 450만원의 자본금으로 회사를 창업했다. 조 대표는 ‘국내 대학생 벤처 1호’로 불린다. 회사는 2000년대 닷컴 버블 시대 수많은 기업이 폐업하는 과정 속에서도 살아남아, 올해로 35주년째를 맞았다.

회사 관계자는 “업력에 비해 사업 사이즈가 크지 못했다는 시각이 많다. 의료 정보 시장에서 사업하다보니 회사가 외형을 키워나가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와 해외 진출 등으로 사업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업계 모든 회사가 디지털 헬스케어까지 준비가 돼 있지는 않다. 디지털 헬스케어까지 모두 준비가 잘 된 회사는 상장사 중 우리 뿐”이라고 강조했다.

의료정보사업은 3차 의료기관부터 의원급 의료기관, 약국까지 다양한 규모의 의료기관에 의료정보시스템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종합병원 및 병원급 의료기관에는 지난 30여년간 통합의료정보시스템인 ‘bitnixHIS’를 공급하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전자차트 프로그램 비트U차트, BIT Lab(온라인 수탁검사서비스), BIT CRM(고객관계관리프로그램) 등의 제품을 공급한다. 2017년엔 클레머를 런칭했다.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은 지난 2000년 관련 사업부를 신설하면서 시작됐다. 비트케어플러스(BITCare Plus) 및 독립 키오스크 형태인 비트케어스테이션(BITCare Station), 원격건강모니터링서비스 비트케어(BIT Care) 등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16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의료법이 통과되고, 정부 지원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렵게 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이 준비돼 있는 만큼 시장이 형성되기만 하면 앞서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헬스케어 부문은 작년 이미 바닥을 다 쳤다고 보고 있다”며 “정책에 따라 시장이 풀리는 부분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헬스케어 부문 매출 비중은 2015년 18.87%에서 2016년과 2017년 13%대로 떨어졌다.

IT교육사업은 ‘비트교육센터’를 통해 IT전문가를 육성하는 사업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래 우리 교육기관은 들어오기도 힘들고 수료하기도 어렵기로 유명하다. 대신 수료하면 취업이 잘 돼 지원자는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태국, 카자흐스탄 등 13개국에 진출해있다. 회사 측은 “가장 핫(HOT)하게 진출하고 있는 나라는 태국이다. 의료 기관이 일찍부터 발달해있는 나라로, 우리가 벤치 마킹했던 나라다. 태국을 중심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진출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중국은 엄청난 회사지만. 중국에 진출해서 성공한 의료 정보 회사가 없다. 현재는 우리나라 의료 병원이 진출하면 병원과 연계해 병원 뒷단에서 간접적으로 하려 한다. 직접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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