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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엔 안 잡히고, 낮엔 굳이…’ 카카오택시 유료호출 딜레마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카카오모빌리티(대표 정주환)가 지난 10일부터 도입한 택시 유료호출기능 ‘스마트호출’이 승객과 택시기사 양 쪽 모두에게서 외면당하는 분위기다. 당초 책정했던 이용료보다 낮아 택시기사 호응도가 낮고, 승객 입장에서 웃돈을 지불해도 심야 승차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일반호출 대비 별다른 매력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스마트호출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락 확률이 높은 기사에게 우선적으로 콜을 보내는 기능이다. 승객 골라태우기를 막기 위해 택시기사에게 목적지가 표시되지 않도록 설계됐다. 이용료 1000원에서 택시기사에게 돌아가는 몫은 400~500원 수준의 포인트다.

실제로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심야시간 귀가를 위해 스마트호출을 통해 택시 호출을 수십 차례 시도해 봤으나 30분 이상 연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일반 호출로 장거리 목적지를 입력하자 한 번 만에 연결됐다. 택시기사들은 “승객이 없는 시간대가 아니고서야, 500원 더 벌자고 굳이 목적지 모르는 콜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승객에 비해 택시가 더 많은 낮 시간대엔 스마트호출에 즉각 기사들이 응답했다. 문제는 낮 시간대엔 승객들이 스마트호출 기능을 유료로 사용할 유인이 없다는 점이다. 일반호출 대비 수락 시간은 적게 걸렸으나 유의미한 차이로 보기 힘들었다.

주로 낮 시간대에만 택시를 운행한다는 기사 A씨는 “스마트호출 기능이 도입됐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라 얼른 콜을 잡았다”며 “그래도 10건이면 점심값 정도는 버는 셈이니, 손님은 콜이 빨리 잡히고 서로 상부상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심야시간엔 1000원 때문에 목적지 모르는 콜을 받기엔 너무 박하고, 2000~5000원 정도 승객이 원하는 추가 요금을 설정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길이 복잡해 승객한테 가는 시간이 수십 분 걸렸는데, 목적지가 너무 단거리라면 바쁜 시간엔 피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아직 기능 도입 아직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사용자 반응이나 택시기사 응답을 객관적으로 답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다만 빅데이터 기반으로 제공된 배차에서 좋은 경험이 쌓이면, 포인트가 낮고 목적지가 보이지 않아도 점차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뚜렷한 이점을 찾기 힘든 스마트호출을 도입한 배경으로 ‘즉시배차’ 기능 도입의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시배차는 기사가 배차거부를 할 수 없는 기능이다. 대신 이용료가 5000원 수준으로 높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돼, 택시업계 및 국토교통부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저항도가 낮은 스마트호출이 어느 정도 이용자 호응을 이끌어낸다면 향후 즉시배차 도입이 더 수월할 수 있다. 실제로 택시기사들 중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경우도 있었다.

택시기사 B씨는 “스마트호출은 승객이 갑자기 호출을 취소하더라도 200포인트는 얻을 수 있어 나은 면이 있다”며 “그동안 택시가 도착해도 승객이 없는 ‘노쇼’가 매우 잦아, 이런 경우가 아침부터 반복되면 기분이 나빠 카카오택시 기능을 아예 꺼버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스마트콜은 다른 기사에게 콜이 넘어가기 전에 확 낚아채는 손맛이 있다”는 반응도 있었다. 복수 기사에게 전송되는 일반 호출과는 달리 스마트호출은 단일 기사에게만 전송된다. 해당 기사가 응답하지 않으면 후순위 기사에게 호출이 넘어간다.

다만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 측이 택시요금 결정권을 갖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초기 저렴한 수수료로 공급하다, 서비스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중계수수료를 급격히 인상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기능 도입을 두고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이번엔 카카오 측에서 국토부 권고, 택시업계 의견을 조금 고려한 것 같지만, 여전히 결정을 하고 일방적으로 통보만 하고 있다”며 “예상 문제점들이 있으니 이를 해결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음에도 계획대로 스마트호출 도입을 강행했다”고 불만을 전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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