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논란이 됐던 이동통신 시장 영향력이 결합상품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판단이 다시 한 번 미뤄졌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2017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이동전화가 포함된 유무선 결합상품 가입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동전화 점유율과 유무선 결합상품 점유율간 일정수준 동조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KISDI는 이동전화 지배력이 결합상품에 전이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2016년 말 이동전화가 포함된 결합상품 회선수 점유율은 SK군 46.5%, KT 33.5%, LGU+ 20.0% 순이었다. KT가 이동전화 점유율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지만 전체적으로 이동전화 점유율과 이동전화가 포함된 결합상품 점유율이 같은 궤적을 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점유율은 2015년 50%가 무너진 이후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이동전화가 포함된 결합상품 점유율은 2013년 근접해진 이후 계속해서 엇비슷한 수준으로 가고 있다. 다만, 최근 3년간 결합상품 점유율은 소폭 하락 추세다.
2010~2012년 KT의 경우 이동전화 결합상품 회선수 점유율은 40% 후반, 50% 초반을 기록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2016년말에는 이동전화 단품 점유율에 근접하는 33.5%까지 하락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이동전화 단품 점유율과 결합상품 점유율이 2015년 이후 유사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M&A 추진 시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지배력이 방송 및 초고속인터넷 등을 포함한 결합상품으로 전이될 수 있다며 경쟁사들이 M&A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통신3사는 저마다 보고서를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며 설전을 벌였다. KISDI는 ‘2016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에서도 지배력 전이 문제는 다루지 않아 사업자간 논란이 더 크게 부각되기도 했다.
이번 경쟁상황평가에서 KISDI는 이동전화 시장점유율과 결합상품 점유율이 동조성을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이러한 결과가 이동전화 시장 지배력에 의한 것인지는 판단을 유보했다.
KISDI 김창완 연구위원은 “SK군을 비롯해 KT, LG유플러스의 이동전화 결합상품 회선수 점유율과 이동전화 점유율이 일정수준의 동조성을 보였다”면서도 “SK텔레콤의 이동시장 영향력이 결합상품을 통해 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상이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적절한 자료의 축적과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지난 몇 년간 지배력 전이 여부를 논의해왔지만 판단을 내려야 할 분석적 툴을 놓고 학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았다”며 “결합자체를 시장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결합된 상품을 하나의 시장으로 볼 수 있는지 자체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결합상품에 포함되는 초고속인터넷의 경우 KT 점유율이 가장 높지만 이 역시 KT의 유선 지배력이 결합상품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또한 규모가 큰 사업자에 대해 지배력 전이 문제가 나타나지만 통신 3위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방송사를 인수할 경우에도 SK텔레콤과 마찬가지 논란이 나타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결합상품 시장은 시장획정과 관련해 아직 정립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장을 획정하려면 해당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결합시장은 변동이 많다보니 찬반논쟁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