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5년 + 1년 옵션’ 조건의 OIO계약이 유효하다면,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일정의 마지노선은 당초 2020년6월이 아니라 1년이 추가된 2021년6월이 된다.
1년 연장 옵션을 쓴다면 국민은행은 비교적 숨통이 트이는 차세대 프로젝트 일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동안 IBM과의 이면합의 내용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KB금융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일 “국민은행이 (지난 2015년)당시 IBM과 OIO 계약을 갱신하면서 1년 연장을 했던 것은 혹시 모르는 변동성에 대비해 계약종료 시점을 1년 정도 추가로 확보하자는 차원이었다”면서 “최근 기술적 흐름과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그 결정은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국민은행과 IBM간의 '1년 옵션'계약 내용과 관련한 세부내용은 확인되지 않고있지만 '기존 5년 OIO계약의 조건대로 1년 더 IBM 전산장비 구매시 동일한 할인율을 적용받는 조건일 것' 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OIO 계약은 한국법인이 아닌 IBM 본사와의 계약으로 진행되는데, 양측간의 합의를 통해 '기간 연장' 등 옵션을 선택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OIO 계약 만료이전에 이기종 시스템으로 이전할 경우에도 계약 만료 잔여 계약분까지 모두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따라서 국민은행 입장에서 본다면, 가급적 IBM과의 OIO 연장계약 기간까지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비용측면에선 유리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KB금융 경영진이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문제를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었던 트라우마때문에, 2015년 갱신 계약때는 '1년 정도'의 기간 범퍼링을 뒀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이 옵션이 현재 국민은행에게는 유용하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계약'이란 IBM이 글로벌 서비스 사업의 매출을 늘리기위해 고안해낸 계약 방식으로, 계약기간이 길수록, IBM제품을 많이 적용될수록 그와 비례해 할인율을 높게 적용받는 일괄구매방식이다. 2000년대 초, 국내 금융권에 적용된 사례가 많다.
OIO계약은 한꺼번에 막대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비용을 조달하기 어려운 금융회사 입장에선 초기 자금부담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선 유리하지만, 중장기적으론 IBM에 대한 종속성이 지속적으로 커진다는 점에서 '족쇄 계약'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시간 촉박해도 느긋한(?) 국민은행…의문 하나는 해소 = 그동안 금융권에서 국민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해도 2020년6월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더구나 IBM과의 OIO계약 종료가 2020년6월이라고 해도, 실제 차세대시스템 이행을 위한 3일 연휴를 확보하려면 2020년1월말 설연휴(2020.1.24~1.27)밖에 없다. 발빠르게 올해 상반기에 사업자 선정을 거쳐 프로젝트에 착수한다해도 1년6개월 밖에 시간이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국민은행이 이반 차세대 프로젝트 착수를 포기하고, 2020년으로 예정된 IBM과 OIO 갱신계약을 2018년으로 앞당겨 오는 2025년까지 '7년 계약'으로 갱신하는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했었다. 이러면 시간을 넉넉하게 확보하면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재구상할 수 있고, 동시에 보다 유리한 OIO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을 것이란 논리였다. 이 시나리오는 현시점에서 보면 다소 생뚱맞지만 전혀 현실성이 없지는 않다.
일단 현재로선 국민은행이 OIO연장 계약 1년 추가 옵션을 쓴다면 2021년2월(2021.2.11~2.14)로 일정을 부담없이 늘릴 수 있기때문에 좀 더 상황을 살피면서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OIO계약 1년 추가 연장 옵션'으로 인해, 어쨌든 그동안 국민은행측이 차세대 프로젝트 착수에 그렇게 조급하지 않았던 의문중 하나는 풀리게 됐다.
그동안 2020년6월 이전에 국민은행이 기존 주전산시스템을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또는 X86으로 전환하지못할 경우, OIO 계약만료로 인해 IBM에게 상당한 전산장비 도입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지적이 제기돼왔었다.
◆국민은행, 차세대 프로젝트 올해 상반기 착수?… 서두르지는 않을것= OIO계약 만료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국민은행은 여전히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일정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올해 5월 이사회 상정 및 상반기 사업자 선정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국민은행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2016년 하반기 6개월간의 ISP(중장기정보화전략)컨설팅을 완료한 뒤, 곧바로 2017년 1분기에 차세대 프로젝트에 착수했어야했다.
그러나 이 일정이 보류됐고, 작년 9월부터 EY한영을 주사업자로 선정해 진행한 PI(프로세스 혁신) 컨설팅은 당초 3개월을 넘어 올해 2월까지 5개월이 소요됐다.
국민은행측은 그러나 올해 3월부터 또 다시 ISP컨설팅을 시작한다는 방침이어서 '장고'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ISP는 차세대 프로젝트에 돌입하기전 시스템의 방향성, 업무 개발 범위, 혁신 기술의 적용, 현업의 요구 조건 등을 담아내야하는 만큼 최소 3~6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물론 국민은행이 그동안 수많은 컨설팅을 통해 차세대 프로젝트와 관련한 결과물을 확보했기때문에 ISP컨설팅 일정은 줄어들 여지가 있다.
하지만 지난 2016년에 진행했던 기존 ISP컨설팅은 기존 윤종규 행장 시절의 결과물이다. 지금은 허인 행장으로 국민은행 CEO가 바뀌었고 CIO(최고정보화담당임원)및 IT본부장도 모두 교체된 상황이다.
허인 행장 체제의 철학을 담으려면, ISP컨설팅을 원점에서 놓고 새로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한편으로 기술적인 문제때문에라도 국민은행은 차세대 프로젝트 착수에 장고를 거듭해온 이유가 있었다.
국민은행은 주전산기를 기존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전환할 것인지 아니면, 유닉스를 아예 건너뛰고 향후 클라우드 환경 전환을 위해 x86으로 전환할 것인지 고민중이다. 여전히 이 문제에 있어서는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우리은행이 차세대시스템 오픈을 연기한 것도 국민은행으로서는 차세대시스템 일정을 좀 더 늦춰야 할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 오픈이 계속 늦어질 경우, 국민은행으로서는 IT 개발자를 여유있게 확보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상황이 종료될때까지 프로젝트 착수를 미룰 가능성도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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