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할당 받은 주파수에 대한 투자를 이행하지 않았던 KT가 결국 주파수 이용기간 단축 처분을 받았다. 주파수 대가 2610억원도 고스란히 허공에 날릴 위기에 놓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800MHz 주파수에 대한 투자 이행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KT에게 주파수 이용기간 2년 단축 처분을 내렸다. KT에 통보한 상태이며 당사자 입장을 듣는 청문절차를 진행 중이다.
KT는 2011년 경매를 통해 800MHz 대역 주파수 10MHz폭의 10년간 이용권을 2610억원에 확보했다. 하지만 그 이후 투자는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경매 이후 3년차에 이행점검을 한차례 진행했다. 당시에는 경고에만 그쳤다. 하지만 당시 점검에서 이후에도 투자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할당취소 또는 주파수 이용기간 20% 단축 두 옵션을 실행하기로 했다. 이번 5년차 점검을 통해 이용기간 20% 단축 결정이 내려진 셈이다.
◆주파수 할당취소 아닌 기간단축 이유는?=주파수 할당취소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이유는 KT가 남은 기간동안 어떻게든 투자를 이행하겠다고 정부에 제안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입장에서도 다른 이용자가 해당 대역을 이용하겠다고 하면 주파수를 회수하겠지만 800MHz 대역에 대한 수요 자체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망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이용자가 사용하겠다고 하면 회수할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현재 그 대역을 이용하겠다는 곳이 없었고 KT가 어떻게든 뭘 해보려는 의지가 있어 기간 단축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T가 800MHz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는 시한은 2022년에서 2020년으로 축소됐다. 앞으로 3년밖에 이용하지 못한다.
◆KT의 노림수는 주파수 반납제도?=KT가 이용기간이 3년밖에 남지 않은 주파수 대역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아직도 주파수 간섭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단말기 활용 등을 위한 표준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흔히 800MHz 대역을 황금주파수라고 부르지만 KT가 가진 이 대역은 계륵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KT 입장에서는 손실을 최소화 하려면 사용하지 않는 주파수를 반납할 수 있도록 하는 전파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을 바랄 수 밖에 없다.
국민의 당 오세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파법 일부 개정법률안에는 경제적·기술적 환경의 급변 등 사정변경이 발생한 경우 과기정통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주파수 이용권을 반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주파수 이용기간 중 잔여기간에 해당하는 할당대가 중 일부를 반환받을 수 있도록 했다.
KT 입장에서는 할당대가 일부를 반환받는 것이 그나마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의 통과여부는 불투명하다.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할당과 관련해 예외조항을 두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국장은 “예외를 인정하게 되면 결국 제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주파수 확보는 치열하게 배수진을 치고 참여해야 나중에 더 큰 손실을 안보게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