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웹툰 작가들이 플랫폼과 계약을 체결할 때 부담 없이 법률적 자문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재 개정이 진행 중인 ‘웹툰 연재 표준계약서’에 ‘변호사 등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을 목적으로 계약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는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주최로 열린 “공정한 웹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개선방안이 담긴 표준계약서 초안이 공개됐다.
문체부는 올해 6~7월을 목표로 웹툰 표준계약서를 개정한다. 문체부, 서울시, 웹툰 플랫폼은 지난 9월부터 공동으로 웹툰 표준 계약서 형식을 연구해왔다. 이날 공개된 개선안은 서울시가 지난 1년간 운영한 ‘문화예술 불공정피해 상담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기초로 작성됐다.
조일형 서울시 공정경제과 변호사는 “작가와 사업자가 공정한 계약을 위해서는 계약서 사전 검토가 중요하지만, 비밀 유지 조항이 그간 ‘독소 조항’으로 작용해왔다”며 “이 조항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소송을 걱정해 계약서 공개를 주저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비밀유지라는 조항은 경쟁사업자, 다른 사업자와 영업상 비밀을 제공하지 말라는 의미인데, 이 부분이 와전돼 계약서 법률 자문이 불가능한 것처럼 오용되고 있다”며 “개정된 표준 계약서로 이뤄진 계약이 아니라도, 자문과 상담을 위한 내용 공개는 문제가 없다”며 계약 전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을 것을 권장했다.
이영욱 법무법인 감우 변호사 역시 “계약서 자문으로 인한 플랫폼과 소송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만약 법정까지 가더라도 판사조차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일 것, 플랫폼 손해를 산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같은 입장을 보였다.
비밀 유지 조항은 그간 웹툰 작가와 플랫폼 간 공정한 계약이 이뤄지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계약 내용이 일방적으로 작가에게 불리한 내용이라도 법률 용어가 익숙하지 않은 작가들이 이를 인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내용을 검토하고 싶어도 비밀유지 조항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이 두려워 불공정한 계약이 체결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 같은 문제는 한국만화가협회가 제작한 ‘공정계약을 위한 웹툰작가 필독서’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한 작가가 계약서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계약서 내용을 다른 작가들과 상의하자, 플랫폼이 해당 조항이 담긴 전체 메일을 보내 에둘러 압박한 사례가 소개됐다.
이날 토론회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한 작가도 “그간 플랫폼에서 소송이 들어올까 겁나 법률 상담을 받지 못했다”며 “안심할 수 있도록 관련 판례나 규정을 소개해 달라”고 질의했다. 비밀유지 조항이 완화된 계약서가 표준화될 경우 이런 문제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개선 사항으로 플랫폼에 따라 중구난방이었던 연재 방식과 주기, 계약 기간, 원고료와 지급시기 등을 표로 정리해 명확하게 기재할 수 있도록 했다. 작품의 글로벌 웹툰 시장 진출의 경우에 별도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등 그동안 지적됐던 문제점들도 개선한 내용을 담았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표준계약서의 적용 확대를 위한 여러 방안도 논의됐다. 현재 표준계약서를 통한 계약은 법적 의무가 아니다. 서울시 조사에서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업계 종사자는 2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창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영화 산업계에서 우대 정책을 사용한 뒤 실효성이 매우 높아진 전례가 있다”며 “웹툰 업계에도 표준계약서 준수기업에 발전기금 지원, 대출금리 우대 등 우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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