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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탐방] 쿠팡이 말하는 ‘한국판 실리콘밸리’ 문화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정보기술(IT) 스타트업들을 방문하다 보면 사무실 한구석에 오락실용 비디오 게임기나 테이블 축구, 다트 같은 시설이 설치된 사례를 많이 보게 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업무시간에 게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방적, 자율적인 회사’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때 많이 택하는 소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사용되지는 않아 먼지만 쌓인 모습도 자주 목격됩니다. ‘기업문화는 보수적인데 인테리어 소품으로 겉모양만 실리콘밸리를 흉내낸다’는 인상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쿠팡이 지난해 4월 입주한 잠실 ‘타워730’ 타워 본사에는 이런 화려한 볼거리는 없습니다. 과거 삼성동 사옥 시절에는 미끄럼틀, 농구장도 있었지만, 이제 그런 방식은 너무 식상해졌다는 판단입니다. 쿠팡이 실리콘밸리 문화에서 주목한 것은 ‘오픈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해커톤’입니다. 소통과 자율성을 강조한 ‘한국판 실리콘밸리’ 문화로 업무 효율성에 힘쓰겠다는 전략에 힘쓰고 있습니다.



◆‘직원이 잡담 나눌 공간 마련해주면 아이디어 나와’ = 쿠팡은 타워730 빌딩 지상 8층부터 26층까지 총 19개층을 사용합니다. 총 면적도 과거 삼성동 사옥 대비 2.2배로 늘어났지만, 한 층 면적이 912평으로 상당히 넓은 편이기도 합니다. 시야를 막는 기둥과 칸막이가 거의 없고 시야가 확 트이는 공간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고 합니다.

쿠팡 관계자는 “현재 쿠팡 사옥은 최대한 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부딪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주 마주치다 보면 잡담을 나눌 기회가 많아지고, 예기치 못한 아이디어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는 겁니다.

각 층마다 엘리베이터와 사무공간이 만나는 장소에 커피머신과 소파, 테이블, 정수기를 설치한 ‘오픈라운지’라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쿠팡은 직원들이 휴게 공간, 화장실, 회의실 등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커뮤니케이션 시간’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직원 동선이 가장 많은 공간에 라운지를 조성해 이동하는 사람, 휴식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구조를 조성했습니다. 대화 중에 떠오른 아이디어는 바로 정리할 수 있도록 화이트보드를 거의 모든 벽면에 설치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이나 장식은 쿠팡 벽면에서는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다만 다양한 아이디어와 복잡한 수식 메모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특히 17층의 경우 한 층의 절반은 카페테리아, 나머지 절반은 회의실 공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수많은 직원들이 옆구리에 노트북을 한 대씩 끼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앉을 수 있는 모든 장소에는 노트북 전원을 연결할 수 있는 콘센트를 설치했습니다. 사무실 자리를 지킬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든 바로 업무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쿠팡 측은 “원터치 간편결제 시스템인 ‘로켓페이’, 신뢰도 높은 ‘상품평 서비스’ 역시 이렇듯 오가며 나누는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서비스”라고 전했습니다.

개발팀과 고객센터, 물류센터, 쿠팡맨 등 다양한 현장 직원이 협업해 시스템을 개발하는 ‘해커톤’ 문화도 쿠팡의 자랑입니다. 현장 직원이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개발팀과 머리를 맞대 3일 동안 실제 이용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어내는 ‘해커톤 대회’도 주기적으로 개최됩니다. 최근 개최된 CS해커톤에서는 100여개의 아이디어가 접수돼 23개 아이디어가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으로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상주 통번역사만 40~50명 국적 안 가리는 '열린 채용' = 실리콘밸리의 저력 중 하나는 ‘다양성에서 나오는 이노베이션’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 문화에서 오는 시너지가 혁신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겁니다.

쿠팡 카페테리아를 오가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중국, 미국 등 다양한 국적 직원이 유독 많은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직원을 채용할 때 국적, 성별, 나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열린 채용 문화’로 선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다양성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쿠팡 관계자는 한마디로 “외국인이라서 뽑을 이유도, 외국인이라서 뽑지 않을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쿠팡에는 알리바바,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기업 출신도 많습니다. 이들이 가진 좋은 경험을 쿠팡에 전파하고, 적용할 수 있는 사례는 벤치마킹 합니다. 외국인 직원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통번역사 직원 40~50명이 회사에 상주하고 있기도 합니다.

쿠팡은 현재 상담직원, 개발자 일부에만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고 대부분 인력은 경력 직원 위주로수시 채용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성장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누군가를 가르쳐서 함께 성장하기는 적합하지 않은 상태. 좋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본인이 가진 노하우를 회사에 접목시키는 쪽을 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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