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CL ‘프레임TV’·창홍 ‘월페이퍼TV’ 등 선봬…韓 업체, 브랜드 가치↑ ‘선택 아닌 필수’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해마다 주요 전시회에서 삼성전자 LG전자가 하는 푸념이 있다. “이래서 전시회에 신제품을 들고 나오면 안 되는 겁니다.” 경쟁사가 따라해서다. 비슷한 제품이 다음 전시회 또는 출시 한 달도 안 돼 선보인다. 특히 중국 업체가 심하다. 베끼기는 후발주자가 흔히 취하는 방식이다. 한국 역시 추격자(fast follower,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일본을 앞질렀다.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소비자가전전시회(CES)2018’가 개막했다. 이 행사는 정보통신기술(ICT)업계 한 해의 흐름과 기술의 발전방향을 알 수 있는 자리다. 물론 어디서 본 듯한 제품을 대표로 내세우는 곳도 많다. 선두 업체의 전략을 따라가면 실패는 하지 않겠다는 판단에서다.
TCL은 ‘프레임TV’를 공개했다. 방송을 보지 않을 때는 액자처럼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프레임은 교체할 수 있다. 세계의 명화를 견본으로 상영했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패널을 장착했다. 작년 삼성전자는 라이프스타일TV ‘더 프레임’을 내놨다. ‘CES2017’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국내 시판은 지난해 6월. 6개월 만에 이름까지 유사한 제품이 등장했다.
하이센스는 ‘라이프스타일TV’를 발표했다. TV 테두리를 줄여 인테리어 이질감을 최소화 했다. 연결선은 투명하게 해 디스플레이를 부각했다. 창홍은 월페이퍼TV를 부각했다. 두께를 줄여 벽에 밀착할 수 있도록 했다. 인공지능(AI) 비서를 내장해 음성으로 TV를 조작할 수 있다. 전자는 QLED TV 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올레드)TV다. 각각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강조해 온 TV 디자인 철학이다.
하이얼은 ‘링크 쿡’ 냉장고를 전시했다. 냉장고 문에 터치스크린을 달았다. 내부엔 카메라를 탑재했다. 스피커를 내장에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기기로도 쓰인다. 터치스크린은 냉장고 문을 열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 식재료를 파악할 수 있다. 식재료를 감안해 요리를 추천하고 가르쳐 준다. 유통기한도 확인해준다. 삼성전자 ‘패밀리허브’의 판박이다. 패밀리허브는 지난 ‘CES2016’과 ‘CES2016’에선 ‘혁신상’을 이번엔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냉장고에 모니터를 단 제품은 이제 흔하다.
베스텔은 냉장고 한 쪽문에 유리창을 냈다. 냉장고를 여는 횟수를 줄여 에너지 소모량을 절약할 수 있다. LG전자는 작년 투명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문을 두드리면 내부를 보여주는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를 출시했다. 대동소이한 제품이다.
한편 후발주자의 따라 하기가 선발주자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줄 수 있다. 물론 가격 부담에 따른 매출 하락 등 악재가 더 많다. TV와 생활가전은 이런 피해를 감내할 만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도 아니다.
국내 제조사 관계자는 “브랜드 차별화와 프리미엄화를 꾸준히 추진하는 것은 이런 경쟁 환경에도 불구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이라며 “연구개발(R&D) 등 소비자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격차를 유지하겠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