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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와 명분 챙긴 삼성전자 인사…‘1등 DNA’ 유지‧전파(종합)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삼성전자가 2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사장 승진자는 대부분 해당 사업부에서 오랫동안 실력을 갈고닦으며 경험을 쌓아온 중진이 맡았다.

1기 3톱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온 권오현, 윤부근, 신종균 대표는 각각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CR(Corporate Relations)담당 부회장, 인재개발담당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회장단을 구성했다. 이는 회사 발전에 기여한 경영진에게 예우를 다하겠다는 의미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사업부, 그룹을 포함해 공통된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인 사업지원 T/F의 신설이다. 수장은 정현호 전(前)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사장)이 맡았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이슈 대응과 협력을 이끌어낼 사람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이상훈 경영지원실장(CFO)이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여서 ‘이상훈-정현호’ 체제가 그룹의 조율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업부 차원에서는 세트부문 연구소 ‘삼성 리서치’가 만들어졌다. 정보미디어(DMC)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를 통합해 확대 재편했다고 보면 된다. 일종의 통합 연구소로 선행 연구개발(R&D)은 물론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로 이원화됐던 연구조직을 통합, 미래 융복합 기술에 대한 시너지를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삼성 리서치와 같은 조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삼성전자는 2012년 3톱 CEO 체제를 구축하면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삼성전자 고유의 생태계에 통합하고 사업부간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에코시스템 인티그레이션팀’을 만들었다. 당시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사장이 이끌었으나 얼마가지 못해 글로벌마케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조직원들은 이리저리 뿔뿔이 흩어졌다.

◆이재용 부회장 시대 대비, ‘젊은 피’에 기대=이번 삼성전자 인사의 키워드는 ‘통합’, ‘안정화’, ‘시너지’로 압축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최연장자인 권오현 부회장의 용퇴로 촉발된 인사라지만 윤부근, 신종균 대표는 임기가 1년이 남아있었다. 나이도 권 부회장(65세)보다 젊다.

어떤 의미로 이건희 회장이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65세가 넘으면 젊은 경영자에게 넘겨야지 실무를 맡아선 안된다”는 말을 그대로 따른 셈이다. 2기 3톱 CEO(김기남·김현석·고동진)의 평균나이가 57세로 전임자의 평균 63.3세와 비교하면 6.3세가 젊어졌다. 이와 함께 1기 3톱 CEO는 회장·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약간(?)의 실무를 겸한 고문으로 위촉했다. 안정적 정권이양과 다름없다.

삼성전자는 인사를 내면서 ‘세대교체’와 ‘성과주의’를 여러 번 언급했다.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나타난 것처럼 현재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것은 반도체다. 그래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 한꺼번에 4명(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강인엽 시스템LSI 사업부장, 정은승 파운드리 사업부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의 사장 승진자가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실적으로만 보면 소비자가전(CE)과 IT&모바일커뮤니케이션(IM)부문은 상대적으로 도드라지지 못했다. 이번 인사에서도 이런 부분이 그대로 반영됐으나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으로 한종희 사장이 승진했다. 더구나 부문장인 김현석 사장이 IM부문의 S/W 조직까지 책임지도록 삼성 리서치 연구소장을 겸임했다는 점은 세트제품에 있어서의 주도권이 확실히 CE부문으로 넘어왔다는 의미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얼마나 빠르게 조직을 쇄신시킬 수 있느냐다.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원로 경영진, 세대교체 중심의 2기 3톱 CEO, 그리고 각 부문별 시너지 효과를 위한 사업지원 T/F 및 삼성 리서치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돌아가느냐에 달렸다.

삼성전자는 “급변하는 IT 산업 환경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젊은 피’로 하여금 한 차원 높은 도전과 혁신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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