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스페인이 내홍에 빠졌다.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독립 움직임 때문이다. 세계 3대 정보통신기술(ICT) 행사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주관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와 이 행사 주축인 한국 기업은 고심에 빠졌다. MWC 장소는 바르셀로나다.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의 중심이다. 독립이 성공해도 실패해도 상당기간 혼란이 불가피하다. MWC 흥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10일(현지시각) 카탈루냐의 독립 주장으로 스페인이 혼란을 겪고 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독립을 스페인 중앙정부는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카탈루냐 내부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독립 찬성과 반대 시위가 연일 지역을 메우고 있다. 유럽연합(EU)또 끼어들었다. 카탈루냐 독립 반대에 한 표를 던졌다.
스페인의 내분에 대해 전 세계 모바일 업계도 걱정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바르셀로나가 MWC의 도시기 때문이다.
MWC는 상반기 모바일 신제품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등용문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시리즈의 대부분과 LG전자의 ‘G5’와 ‘G6’가 MWC를 통해 데뷔전을 치렀다. 화웨이 소니 등 다른 업체도 상반기 주력 스마트폰을 이곳에서 선보인다. 스마트시계와 태블릿 등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대세가 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도 MWC를 통해 생태계 확장 발판을 마련했다. 최신 통신기술 교유와 통신사의 협력 논의도 이곳서 진행한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IoT) 표준 등 현안이 산적했다. SK텔레콤 KT는 GSMA의 이사회 멤버다.
하지만 불안이 이어지면 관람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화제성이 떨어진다. 대안도 마땅치 않다. 제품 발표 및 출시 계획은 개발 때부터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기를 조정하기 쉽지 않다는 뜻. 또 개별 기업이 MWC 관람객 수준 입소문을 내려면 비용이 급증한다. 당초 내년 MWC2018은 208개국 2300여 업체가 전시관을 차릴 것으로 예상했다. 관람객은 10만8000여명을 기대했다.
국내 업체 관계자들은 “정치적 문제라 공식 입장을 내기는 부담스럽다”라며 “현 상황이 이어져 관람객 감소로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할까 이런저런 검토를 하고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GSMA는 일단 바르셀로나 개최는 변함없다는 입장이다. 정치적 사안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으로 풀이된다.
GSMA 클레어 크랜톤 디렉터는 디지털데일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GSMA는 2023년까지 바르셀로나와 MWC 개최 협약을 체결했다”며 “스페인과 카탈루냐 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있다. MWC에 어떤 잠재적 영향이 있는지 평가하겠다”라고 카탈루냐 독립 여부와 MWC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MWC2018은 오는 2018년 2월26일부터 3월까지다. GSMA는 지난 2006년부터 바르셀로나에서 MWC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