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조정을 놓고 정부와 통신사업자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3사에 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조정하는 것에 대한 의견서를 오는 9일까지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의견수렴 후 9월 중 제도 시행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의 통신요금 공약인 기본료 폐지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은 새정부의 첫 요금할인 정책이자 가장 핵심적인 방안이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을 시작으로 법개정을 통해 보편요금제까지 관철시키면 기본료 폐지 수준의 통신비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통신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그동안 규제기관 앞에서는 최대한 고개를 숙였던 사업자들이지만 이번에는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 감지되고 있다. 9일 제출할 의견서도 제도 도입에 반대한다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되는 분위기다.
한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사업자의 고민과 어려움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이 정답인지 모르겠다"며 "현재 상황이라면 법적다툼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사업자들이 소송불사를 외치는 이유는 정부안이 받아들이기 버거운 수준인데다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증권사 보고서 등에 따르면 선택약정할인율이 25%로 확대되면 통신사 매출이 최소 연간 32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매출 감소 뿐이 아니다. 요금할인율 상향조정에 대한 명확한 근거도 없다는 점에서 사업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선택약정할인은 지원금에 상응해 할인율이 정해진다. 하지만 근거 없이 정부 마음대로 고무줄 늘어나듯이 할인율이 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초기 12%로 시작했지만 할인율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쏟아지며 20%로 조정됐다. 이번에 요금인하 공약과 맞물리면서 다시 25%로 조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정부로부터 요금할인율 5%p 상향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듣지도 못했다는 입장이다. 자체적으로 계산한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통신사들의 설명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비율을 말할 수는 없지만 정부안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할인율이 적정수준이고 정부 계산과 우리 계산 차이가 웬만했다면 소송얘기까지 나왔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소송전에 돌입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요금인하 정책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행정소송의 경우 보통 2년 이상 걸린다. 법리다툼만 하다가 임기가 끝날 수도 있다.
또 다른 대안인 보편요금제 도입도 갈길이 멀다. 법개정만 이뤄지면 될 것 같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쟁점법안으로 분류되면 통과가 쉽지 않다. 여기에 통신사들은 정부가 민간사업자의 요금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위헌요소가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최근 이통사들이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은 것이 없다"며 "정부가 개입하며 시장은 정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개입이 강해질수록 시장에서의 경쟁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자율경쟁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사업자와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