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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파격 예고…PI컨설팅 추진

- '10년후 금융 클라우드 환경' 고려할 경우, 기존 마련한 차세대시스템 전략 수정 불가피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KB국민은행(은행장 윤종규)이 차세대전산시스템 구축 방향을 포함한 IT 혁신 전략을 도출하기 위한 PI(Process Innovation) 컨설팅에 본격 착수한다.

이번 컨설팅은 국민은행이 그동안 수년간 진행한 IT 컨설팅 중에서 가장 혁신적인 주제를 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의 기술적 혁신 방향과 새로운 추진 일정, 클라우드 환경 대응 전략도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11일 국내외 컨설팅회사를 대상으로 PI컨설팅 제안설명회를 진행한 뒤, 오는 17일 제안서를 마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I컨설팅은 오는 8월부터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며, 수행 기간은 3~4개월 가량이다. PI컨설팅 결과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제시된 컨설팅 기간을 감안하면 국민은행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빨라야 올 연말 또는 내년 초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이번에 추진하는 PI컨설팅은 단순히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추진에 앞서 사전에 밑그림을 그리는 목적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PI컨설팅은 차세대 프로젝트의 방향성, 개발과제, 기술요건 등 밑그림을 세세하게 수립하기위해 추진한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그에 앞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지금 추진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또한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게된다면 향후 클라우드 환경을 고려했을때 부합하는 IT 기술요소와 인프라 운영 전략은 어떻게 마련해야하는지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이번 PI컨설팅을 통해 점검해 볼 것으로 예상된다.

◆PI컨설팅, 어떤 의미?...파격적인 내용 추가될 가능성 = 이미 국민은행은 차세대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 수년간 다양한 형태의 기술 컨설팅을 진행한 바 있다. 실제로 이 과정을 통해 국민은행의 차세대시스템에 적용될 핵심적인 기술 요소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상태다.

이를테면, 주전산시스템을 기존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기반의 개방형 아키텍처 환경으로 전환하고, 또 개발언어로 자바(JAVA)를 적용함으로써 모바일및 핀테크 대응 능력을 혁신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점을 사실상 공식화한 상황이다.

따라서 기술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3개월 이상 걸리는 이번 PI컨설팅은 차세대 프로젝트 추진이 하루라도 급한 국민은행의 입장에서는 언뜻 불필요해 보인다. 국민은행이 지금 당장 차세대 프로젝트 사업자 선정 작업에 들어간다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최근 국민은행 주변에선 이러한 기존의 기류에 변화가 생긴듯하다. 이번 PI컨설팅을 통해 기존 제시됐던 몇몇 내용들이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기존과는 방향이 전혀 다른 파격적인 선택도 나올 수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전언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향후 클라우드(Cloud) IT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KB금융그룹의 IT허브 역할 설정에 대한 전략을 찾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우드 환경 대응?... 차세대 주전산시스템 '유닉스'→ 'X86' 변경 가능성 = 현재 국민은행 뿐만 아니라 KB금융그룹 내부적으로 10년 이후의 상황과 관련,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화두는 단연 '클라우드'다. 클라우드는 기본적으로 IT자원을 외부에서 자유롭게, 필요한만큼 비용을 지불하면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금융 클라우드에 대한 법적 규제의 완화 문제와는 별개로, 금융회사 입장애선 클라우드 환경 대응을 위한 기술적인 선행 작업들이 필요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분산처리 환경에 적합한 전산시스템으로의 변경이다.

클라우드 환경 대응을 위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U2L (UNIX TO LINUX)이다. 기존 유닉스에서 x86 환경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 다음 클라우드 환경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만약 국민은행도 중장기적 클라우드 환경 대응을 위해 U2L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향후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통해 이같은 분산시스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물론 국민은행의 경우,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를 생략하고 x86으로 바로 가게된다면 U2L이 아니라 M2L 이란 표현을 써야한다.)

따라서 국민은행은 이번 PI컨설팅에서 기존 메인프레임에서 x86 기반의 분산처리시스템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타진해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분이 이번 컨설팅의 최고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대형 은행이 메인프레임 환경에서 유닉스를 거치지 않고 바로 x86으로 전환한 사례는 없다. 사례가 없는 것은 기술적인 난이도 때문이 아니라 아직 그동안 시도할만한 동기가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인프레임에서 x86으로의 전환이 상당히 파격적인 사례이긴하지만 국민은행측은 PI 컨설팅을 통해 기술적으로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면 향후 주전산시스템을 x86으로 선택할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KB국민카드도 차세대시스템 추진에 앞서 PI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인데, 역시 가장 큰 관심은기존 메인프레임에서 x86 기반으로 전산시스템 환경을 일거에 전환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10년뒤를 생각한다면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국민은행의 고민 = 은행이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는 향후 10년~15년간의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위함이다. 10년후를 내다보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와관련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혁신적인 것들이라도 10년후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구시대 유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선 본다면, 10여년전 메인프레임을 몰아내고 국내 은행권 오픈 환경의 대명사가 된 유닉스가 10년 후에도 과연 혁신적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국민은행이 발주가 늦어져서 금융 IT업계의 원성이 자자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추진 시기를 특정하지 못하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즉, 국민은행의 입장에선, 현재 다른 은행들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유닉스로의 전환은 10년 후의 관점에선 혁신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렇다고 서둘러 '클라우드'와 같은 미래형 IT 운영 모델을 선택하기에는 이런 저런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는 점에서 고민이다.

뱅킹시스템의 기술적 진화를 고려했을 때 국민은행의 이같은 고민은 납득할만하다.

◆국내 은행권, '차세대시스템'을 뛰어넘는 IT전략의 고민 = 글로벌금융 시장을 공략하려는 국내 은행이 향후 세계 각국의 글로벌 거점에 마련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최근 캐피털원, BBVA, ING등 해외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IT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금융권으로서는 매우 주목해야 할 현상이다.

현재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의 연간 IT예산은 3000억~5000억원선이다. 물가 수준 등을 감안, 10년전과 비교해 IT예산 규모가 약 50% 이상 크게 늘었다. 하지만 신규 IT장비를 구매하거나 새로운 시스템 개발에 투자하는 자본예산 비중은 여전히 전체 IT예산의 20~30%에 불과한 실정이다.

스마트금융, 디지털뱅킹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IT예산 증액 압력은 커지지만 기존의 차세대시스템 논리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결국 국내 은행권은 IT예산을 가급적 최적화, 최소화시키면서 IT대응력은 획기적으로 높여야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비록 지금은 개인정보보호와 금융 규제의 문제 등으로 금융 클라우드가 막혀있지만 미리 10년후를 대비해야한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이 이번 PI컨설팅을 진행하는 핵심 이유중 하나 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는 규제때문에 클라우드 확산 논의가 외국에 비해 제한적이다. 지난해 9월 개정된 전자금융감독규정에서는 '비중요업무에 대한 정보처리시스템'만 외국 소재의 데이터센터에서도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클라우드를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큰 의미가 없다. 비중요 업무가 전체 전산업무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하기때문에 전자금융감독규정에서 허용한 클라우드의 부분적인 허용은 실익이 없다는 게 금융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국민은행의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규제가 완화된 수준을 가전하고, 차세대 IT전략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상황이다. 만약 국민은행이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서 이번 PI컨설팅을 진행한다면 이는 국민은행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권 전체에도 많은 의미를 던져줄 것으로 예상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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