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임명을 두고 노동계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갑을오토텍의 사측 변호인을 맡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청와대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공지문에서 “갑을오토텍 사건을 맡은 것은 문제가 되었던 이전 경영진이 기소된 이후인 지난해 봄부터였고, 변호사로서 사측에 불법행위를 하지 말도록 조언했었다”고 해명했다. 갑을오토텍의 노조 와해 공작과 관련되지 않았고 불법행위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인사가 진행되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마치 대선토론회처럼 조그만 흠집 하나라도 찾아내면 신명나게 두드려야 하는 게 이해관계자의 생리 아니던가. 그래도 강호의 도리는 있다. 시간을 좀 두자는 거다. 신이 아닌 이상,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모든 요소가 완벽할 수는 없다. 정권초기에는 특히 호흡이 좀 길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박근형 반부패비서관은 이미 ‘노조파괴범’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 반도체노동자의인권지킴이(반올림) 활동가로 알려진 자는 페이스북에서 “그는 노조파괴범으로 부터 받은 돈값을 했을 뿐이니, 그에 따른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일은 시작도 안했는데 범죄자 취급이니 놀라운 일이다.
또한 이 활동가는 삼성전자 직업병 보상과 관련해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보상위원회 7인 가운데 하나라는 이유로 맹비난했다. 김 교수가 실제 주도를 했건, 이름만 빌려주고 관여를 하지 않았건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말에 가서 무조건 책임을 지라고 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 이른바 ‘J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리고 사회적 대화를 강조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조언도 반사시킨 반올림이다. 김 교수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올림도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해결 방안을 깊이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하자 그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식이다. 자신들도 정말 궁금하다며.
반올림이 몰라서 김 교수에게 되묻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괴이한 일이다. 목표만 잡으면 책임을 지라고 하니 반올림에서 떨어져 나온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의 고충은 어떻게 해야 하나 모르겠다. 가대위가 반올림에 대해 ‘이해당사자 생각은 안하고 일종의 업적(삼성을 이겼다) 쌓기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불만, “말로는 ‘조속한 대응’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삼성이 받아들일 수 없는 협상안을 들이밀며 이슈화에만 몰두했다”는 비난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말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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