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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주주총회

- 통신사 정기 주총, 주주와 소통 자리 돼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주주는 자신의 보유주식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갖는다.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해 회사 경영에 참여한다. 민주주의 사회의 대의제와 비슷하다. 투표로 정치에 대한 권한을 맡기듯 경영에 대한 권한을 맡긴다. 1인 1표가 아니라 돈에 따라 투표권의 수가 증감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영미식 자본주의는 주주 자본주의라고도 불린다.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움직이고 주주는 주식시장을 통해 기업을 견제한다. 주주 자본주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보다 주주가 우선시된다. 장기적 성장보다 배당에 신경을 쓰는 것이 대표적이다. 소액주주운동은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주주가 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업 견제 수단이다.

정기 주총 시즌이다. 작년 재무재표 승인과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등 상장사 모두 주총을 열고 다양한 안건을 처리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 주종은 일반 주주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회사에서 준비한 현 경영진에 친화적인 주주가 주총장 대부분을 차지한다. 관심을 갖고 행사장을 찾은 일반 주주는 남은 자리에 앉아 발언권을 신청할 새도 없이 지나가는 주총을 지켜봐야한다. “제청합니다.” “동의합니다.” 등 의장이 발언을 하자마자 앞에서 손을 든 사람이 순식간에 원안대로 처리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안건이 아무리 많아도 30분만에 주총이 끝나는 것도 그래서다.

주요 기업 주총을 같은 날 하는 경우도 많다. 말이 ‘슈퍼 주총 데이’지 주주의 권리 행사 방해나 다름없다. 통신사 주총도 마찬가지다. LG유플러스 주총은 지난 17일 열렸다. LG그룹 계열사가 다 이날 주총을 했다. SK텔레콤과 KT 주총은 오는 24일이다. 이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추종을 연다. 주총장을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잡기도 한다.

통신사 주총 중에선 KT 주총이 대표적 불친절 주총이다. KT 주총이 열리는 KT연구개발센터는 말이 서울이지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직원 주주는 관광버스로 실어 나른다. 일반주주는 알아서 와야 한다. 입장 시간도 차등을 둔다. 좋은 자리는 현 경영진을 좋아하는 이가 차지한다. 뒷자리에 않은 주주는 장내 질서유지 요원 탓에 의장석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언제나 안전은 원안대로 통과, 회사에 대한 궁금증을 묻는 것과 답하는 것은 인색하다.

KT는 언제나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모범적이라고 자랑한다. 국민기업이라는 마케팅도 여전하다. 형식뿐 아니라 내용도 그래야 진짜다. 소통이 관건이다.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대통령도 파면되는 시대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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