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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웨일’, 국내 인터넷 생태계 변화 단초되나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네이버(대표 김상헌) 자체 웹브라우저 ‘웨일’이 일반에 공개된다. 지난해 12월부터 3만여명을 대상으로 베타테스트를 거쳤고 그동안 14차 업데이트를 더해 성능과 편의성 개선을 이뤘다. 14일부터 오픈베타테스트(OBT)에 들어간다.

지난 13일 네이버 웨일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김효 리더<사진>를 본사에서 만났다. 김 리더는 자체 웹브라우저 엔진을 만들고 출시까지 고심했다가 격론 끝에 오픈소스 ‘크로미움’을 채택했던 사연과 네이버에게 웨일이 어떤 의미인지, 나아가 네이버가 웨일을 통해 꿈꾸는 인터넷 생태계가 무엇인지 속내를 털어놓았다.

◆자체 웹브라우저 엔진 개발했다가 ‘크로미움’ 전향, 왜?=네이버는 김 리더를 주축으로 자체 웹브라우저 엔진을 개발했다. 5년 전 첫 삽을 떴고 작년엔 외부 공개까지 고심할 정도로 완성도를 높인 상태였다.

웹브라우저 엔진은 자체 개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웹브라우저의 원천기술로 볼 수 있는 엔진이 세계적으로 몇 개 없어서다. 대표적으로 4개가 거론된다. 구글 크롬의 ‘크로미움’, 마이크로소프트 익스플로어의 ‘트라이던트’, 모질라재단 파이어폭스의 ‘게코’, 맥용 사파리의 ‘웹킷’ 엔진이다.

여기에 네이버 웹브라우저 엔진도 이름을 올릴 수 있었으나 오픈소스 크로미움을 채택해 웨일을 만들었다. 왜일까.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엔진 기술만으로 승부할 것인가, 사용자 입장을 받아들여 향후 생태계 확장을 도모할 것인가로 의견이 갈렸다.

김 리더는 “기술을 자랑하려고 만든 것이 아닌데, 기술(자체)에 너무 포커스(집중)하지 않았나해서 내부에서 심하게 토론을 했다”며 “(자체 웹엔진을 공개하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사용자 입장에선 여러 어려움이 있겠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도 힘들고 그래서 크로미움이라는 오픈소스로 다시 제품을 만들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웨일, 올 여름 정식 출시…리눅스·맥·모바일 비전까지 낸다=김 리더는 올 여름 웨일의 정식 출시를 예상했다. 그때 웨일의 다양한 플랫폼 버전을 낸다. 그는 “맥 버전도 리눅스 버전도 거의 다 만들었고 모바일 버전도 준비하고 있다”며 “이 플랫폼들이 커넥트(연결)되고 완성이 돼야 정식 출시”라고 말했다.

정식 출시 이후 기대를 걸고 있는 기능은 ‘밸리’다. 이용자는 밸리에 뉴스, 쇼핑, 동영상, 이미지 등 여러 콘텐츠를 담아두고 쉽게 열람할 수 있다. 김 리더는 “밸리는 스크랩해서 담는 기능인데 진짜 사용성은 모바일에 있을 것”이라며 “모바일과 강력하게 연결시킬 수 있다. 지금은 빛을 덜 보는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OBT 기간 중엔 ‘웨일스토어’를 연다. 웨일스토어에서 전용 확장 앱을 받아 웨일 브라우저 사이드바에 설치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개발자센터를 오픈하고 앱 발굴을 위한 프로모션, 투자 등도 계획하고 있다.

◆“사용자만 보고 간다”=김 리더는 “사용자만 보고 간다”고 강조했다. 이는 자체 기술 공개를 뒤로하고 크로미움을 채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크로미움 채택에 앞서 3년 넘게 자체 엔진을 만들었던 경험은 웨일의 든든한 밑바탕이 됐다. 웨일의 실질적 개발은 작년 여름부터였다.

현재 네이버는 웨일연구소 포럼을 통해 이용자 의견을 받고 있다. 한명이 수십개씩 의견을 낸 열혈 이용자들도 눈에 띈다. 웨일은 이런 의견들을 통해 점차 발전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 가을께 개발자와 이용자 간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오프라인 포럼 활동도 고민 중이다.

김 리더는 웹브라우저 개선 활동과 관련해 “(웹브라우저 개발 의견 제시는) 그동안 영어를 쓰는 사람들 가운데 그런 활동에 익숙한 사람들의 전유물 같았다”면서 “우리나라가 인터넷을 엄청나게 잘 쓰고 있는 것에 비해 그런 의견을 낼 수 있는 공간이 없었는데, 웨일연구소를 통해 같이 만들어가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웨일이 꿈꾸는 인터넷 생테계는?=네이버 입장에서 ‘웨일’은 기술 플랫폼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웨일에 먼저 적용될 수 있다. 단적인 사례가 인공신경망번역(NMT) ‘파파고’다. 현재 웨일과 파파고 팀은 한 몸이 돼 움직이고 있다.

김 리더는 “AI 기술들을 브라우저에 녹일 수 있고 밸리도 관심사를 담다보면 관련 있는 것들이 추천될 수 있다. 브라우저에 음성비서도 탑재될 수 있다”면서 “AI 기술이 실현되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웹엔진 기술도 로봇이나 자동차용 인포메이션 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는 웨일을 통해 ‘이용자가 쓰기 쉬운 인터넷 환경’을 목표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액티브엑스(ActiveX)도 웨일에선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다만 지금은 액티브엑스 지원이 없을 경우 정부 웹사이트 이용 등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아 ‘플러그인 호환 모드’를 한시적으로 구현해 놓았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유사한 환경을 부분 지원하는 모드다.

김 리더는 웨일을 통한 ‘웹표준 구현’을 생각 중이다. 먼저 웹표준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타 브라우저에 비해 한발 앞서 편리한 기능을 구현하고 이용자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웹표준이 충분히 될 수 있다. 김 리더가 웨일을 통해 국내에서 탄탄한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한 뒤 변화를 주고 싶은 목표 중 하나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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