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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SW 모르면 동네 치킨집 사장에게 물어본다?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앞으로 치킨집 대신 코딩 과외나 하면 되겠네요.”

내년 중학교부터 시행될 소프트웨어(SW) 교육 의무화를 앞두고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농담처럼 떠돌던 이야기다.

SW교육이 의무화되고 SW특기자 전형과 같은 대입입시로 이어지게 되면, 다른 과목들과 마찬가지로 사교육이 성행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2016년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SW개발자의 실질 퇴직연령은 평균 45세에 불과하다. 잦은 야근과 박봉, 경력이 올라갈수록 관리직으로 밀리는 회사 직급 체계 때문에 개발자로서 경력을 이어가지 못한다. SW개발자들이 45대 중반에 은퇴해서 퇴직금에 대출을 받아 할 수 있는 게 동네 치킨집이다.

결국 치킨집과 같은 자영업은 SW개발자들의 미래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래서 “코딩하다 막히면 가까운 치킨집 사장님한테 물어보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얘기가 ‘치킨집’에서 ‘SW과외’로 바뀌고 있다. 이미 SW교육에 대비해 학부모들이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선행학습을 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는 SW개발자들에게 쏠쏠한 부수입이 되고 있다는 실제 증언(?)도 있다.

이쯤에서 SW교육 의무화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지난 2014년 ‘SW 중심사회 실현 전략’과 맞물리면서 창조경제를 위해선 교육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산업 전반에 거쳐 SW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교육 분야에서부터 변화가 있어야 국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특히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와 같이 IT업계를 주름잡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선 SW 교육을 통한 창의적 사고와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당시 ‘SW 중심사회 실현 전략’ 보고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지속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SW 분야 경쟁력 확보가 정말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SW 코딩 교육을 입시와 연계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잘 배우지 않으려 해 시간 낭비만 될 수 있다”며 “대학입시에 자꾸 부담을 더한다면 ‘절대 평가’로라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청소년들이 SW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며 “창의적인 SW 교육은 논리적·창의적 사고와 문제분석 능력을 키워주므로 가급적 어렸을 때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15년 마련된 교육과정 개정안에서는 초등학생은 2019년부터 17시간 이상, 중학생은 2018년부터 34시간 이상 SW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고, 고등학교도 2018년부터 정보 과목이 기존 심화선택에서 일반선택 과목으로 바뀌게 됐다.

하지만 발표 이후부터 제기된 우려의 목소리들은 3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도 여전하다. 그동안 SW시범학교 운영 등 다양한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에서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것은 매번 등장하는 얘기다.

실제 지난 15일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열린 ‘초중고 SW교육 의무화 대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선 벌써부터 사교육에 골머리를 앓는 학부모의 얘기가 많은 공감을 샀다.

이 학부모는 “기존 국영수에 SW학원이 추가된 것 같아서 학부모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또 학교의 SW교사 수준이나 열악한 학교 인프라, 여기에 정책을 추진하면서 관련 부처가 학부모들에게 필요한 정보 공개도 제대로 안하는 것은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컴퓨팅적 사고를 통해 창의력을 키워야 한다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또 다시 내신 평가, 입시 등과 맞물려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이날 토론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였지만, ‘코딩’ 자체가 아닌 ‘사고력’을 배워야 한다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특히 앞으로는 어떤 직업을 갖든 ‘컴퓨팅 파워’를 활용해야 하는 만큼, 보다 큰 그림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것은 모두가 공감한다. 이 과정에서 압서 언급된 실력 있는 개발자들 역시 SW교육에 적극 활용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교육 정책도 바뀐다. 바뀌는 교육 정책을 환경하는 곳은 ‘학원’ 뿐이다.

탄핵 심판 결과를 지켜봐야 겠지만, 조만간 새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거론되는 대선 후보들은 앞다투어 교육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하기만 하다. SW교육 역시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미래에 필요한 인재의 역량을 키우면서도 학생이 행복한 일관된 SW교육 정책을 기대하는 것은 과연 욕심일까.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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