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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직원들도 코딩 배워라....금융권 “IT능력치 확대” 특명

③금융IT, 자강(自强)의 완성 – "소프트웨어(SW) 능력의 확보"

[디지털일리 박기록기자] 부산은행 IT본부는 간부급인 부부장들도 프로그램 개발시 코딩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IT개발의 관리자이면서 동시에 프로그램 개발자다. 스스로 이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과거 IT업체 개발자들이 부산 원정을 기피하는 바람에 은행 IT부서 간부급까지도 개발에 참여한데서 비롯됐지만 이러한 문화는 결과적으로 IT 내실을 키우는데는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상반기, 부산은행은 자사의 모바일뱅크서비스인‘썸뱅크’(Sum Bank)를 비롯해 셀프뱅킹시스템과 다양한 금융 O2O(온오프라인)서비스를 연계시킨 모델을 역동적으로 쏟아냈다. 생산성측면에서만 본다면 웬만한 시중 은행의 행보를 훨씬 능가했다. 이러한 놀라운 IT 생산력은 간부급까지 개발업무에 총력 투입된 결과다.

부산은행 오남환 부행장(CIO)은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간부들도 현장의 관점에서 IT를 파악하는 것이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어쩌면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을지 모른다. 이제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IT부서가 아닌 일반(현업) 직원들도 코딩을 배우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기때문이다. 기존 IT부서인력만으론 IT 수요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물론 미래금융이나 스마트금융부서와 같은 현업부서의 직원들이 배우는 IT교육의 수준이나 난이도는 IT부서의 수준과는 다르다. 또 현업에 IT를 배우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현업들도 IT의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라는 의도도 포함됐다.

한 발 떨어져서보면 은행 전체의 IT역량이 크게 강조되고 있고, 또 그런 방향으로 내부 IT역량 확대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선 의미있게 받아들여야할 대목이다.

이와관련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관계자는 “새로운 스마트금융 서비스 개발시 1차적으로 현업 부서가 주도하고, IT부서는 이를 지원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기때문에 현업 직원들의 IT적 소양이 기존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T를 충분히 이해한 상황에서 현업 부서가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 “현업 직원들도 코딩배운다”… ‘IT 자강’의 또 다른 모습 = 현재 은행권의 IT인력은 전체 인력의 5%가 채 안된다.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임직원수는 12만2573명이며, IT직원은 3966명이다. 전체 직원중 IT인력이 4%가 채 안된다. 여기에 보안전담(CISO) 조직까지 합쳐도 전체 직원중 IT직원 비율은 4.3~4.5% 수준이다. 나머지는 IT아웃소싱을 통한 외주 인력이 차지한다.

은행 IT 직원수는 2년전인 2013년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250명~300명 정도 늘었다. 그나마 이것도 전자금융감독규정의 강화된 개정으로 금융회사 소속의 임직원 대비 IT직원 비율을 5% 이상으로 강제한 결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디지털뱅킹 요구가 거세진다고하더라도 은행이 IT인력을 지금 수준보다 더 늘릴 여력은 없다고 보고 있다. 디지털뱅킹 수요와 IT인력의 확대는 별개의 문제라는 인식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금융회사들은 'IT 인원을 가급적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디지털뱅킹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권에서 IT직원이 아닌 현업 직원들이 IT를 배우는 현상은 디지털뱅킹 시대 초기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현업이 조력자는 될 수 있어도 IT전담 인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 정말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부작용은 더 커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 전 은행원의 IT화가 불가능하다면 다른 방법들이 강구돼야하는데, 그 과정은 현재 각자의 방식대로 논의중이다.

국민은행 IT그룹 김기헌 부행장(CIO)은 “과거 은행권에서 현업 직원들에게는 IT마인드가 특별히 요구되지 않았다. 현업과 IT의 역할이 구분됐다. 예를들어 체크카드 개발을 IT부서에 의뢰하면, IT부서 직원들은 전산개발을 진행했다. 현업은 개발이 완료될 시점에서 확인해주고 실제 운영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모바일뱅킹이 어느새 일상화되면서 현업의 IT에 대한 두려움이나 생경함도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IT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현업 직원중엔 IT감각이 뛰어난 사람들도 눈에 띤다.

김 부행장은 “IT개발에 현업의 목소리가 중요하게 반영되고 있다. 특히 모바일에 친숙하다보니 현장 감각에 맞는 IT요건을 제시한다. 또 경쟁 은행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현업의 시각에서 대응책이 나온다. 이제는 공동 개발자 형태로 현업 직원이 참여하고 있다”고 최근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현업 직원들이 본인들의 목소리를 계속 내도록 강조하고 있다. IT부서에서 직접 현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프로그램의 분석과 설계에 관한 책자를 만들어 현업 직원들에게 배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보면, 아직까지 금융권에서 일반 직원들의 IT능력치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SW역량의 확대, IT부서의 '달라진 역할' 모색 = 현업 직원들까지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는 구조로 서서히 변모하게된다면 기존 IT직원들의 역할은 다시 설정돼야 한다. 방향성은 물론 기존보다 확장된 '고부가가치 역할의 수행'이다.

은행, 보험, 증권, 카드 업종을 불문하고 최근 금융회사 소속 IT부서 직원들의 업무량이 어느정도 늘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업무 스트레스가 기존보다 크게 늘어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인공지능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것 같으냐', '로보 어드바이저의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가상 현실에 은행 점포를 둘 경우 보안은 괜찮을까' . 최근 금융회사 IT부서 관계자들로부터 주로 듣는 질문들이다.

금융권은 비대면채널의 확대,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디지털라이제이션 등 무섭게 쏟아지는 이슈를 발빠르게 대응해야 하는데 1차적으로 IT부서의 몫이다.

현업 직원들도 이제 코딩을 배운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각종 디지털뱅킹 서비스는 내부 IT부서를 중심으로 한 개발 역량에서 결정된다.

이런점에서 금융권의 IT자강을 위해 기존 IT부서 직원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달성해야할 핵심 가치는 '소프트웨어(SW) 역량의 확보'다.

물론 'SW 역량의 확보'는 사실 개념적 정의일 뿐이다. 수치화할 수 없는 관념의 경계선에 위치한다. 여기서 말하는 'IT부서의 SW 역량 확보'는 구체성을 가진 업무 애플리케이션 개발 능력뿐만 아니라 안정적이고 신속한 IT 생산력, 혁신적이고 빠른 시장 대응 능력 등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외부 IT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금융회사의 자체 IT 역량을 스스로 확보하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주요 역점 IT사업의 하나로 '글로벌 전산시스템'(국외전산시스템) 교체를 꼽고 있다. 특이한 것은 다른 은행들과 달리 KEB하나은행이 이 프로젝트를 위해 IT업체로부터 별도의 패키지를 구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대신 KEB하나은행, 하나아애앤에스 등 하나금융의 IT 조직에서 독자 개발한 '글로비스'라는 전용 패키지를 적용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 유시완 전무(CIO)는 이와관련 “현재 각 해외 지역별로 나눠서 단계적으로 '글로비스'시스템으로 해외 지점의 시스템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전환 프로젝트는 내년 상반기쯤 모두 완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이 '글로비스' 패키지를 다른 금융회사에 판매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SW업체로부터 라이선스를 구매한 뒤 SI(시스템통합)를 통해 업무시스템을 완성하던 과거의 형태와 비교했을때 이는 매우 큰 변화다.

KEB외환은행의 글로벌 전산시스템 구축 사례처럼, 앞으로 금융회사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는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스스로 독자적인 IT 역량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 그 리스크가 매우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IT 능력치의 양극화' 현상, 정책 대응도 이원화 필요 = 금융업종을 불문하고 자체의 IT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노력은 그 자체로 상당히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체 IT역량을 기본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중대형 금융그룹, 또는 대형 금융회사에 해당하는 얘기다.

IT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경쟁력있는 IT역량을 확보하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부담을 안아야하는 중소형 금융회사들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의미없는 얘기다. IT능력치의 양극화가 우려되는 이유다. IT의 양극화는 결국 금융서비스 품질의 격차, 궁극적으로 경쟁력의 양극화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중소형 금융회사들에게는 양질의 IT아웃소싱외에는 돌파구가 없다. 비용 효율적인 IT아웃소싱의 비중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IT 자강' 능력을 갖춘 중대형 금융회사와 그렇치 못한 금융회사들간의 이원화된 정책적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금융IT 전문가들은 현재 지나치게 경직적인 IT아웃소싱 관련 규정들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예를들어 금융 클라우드 서비스의 경우, 금융당국은 고객 정보를 제외한 '비중요업무'에 대해서는 클라우드 방식으로 외부 위탁 처리가 가능하도로 허용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비중요업무' 로 분류된 업무 자체가 전체 IT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로 매우 적기 때문이다. 비중이 적은 업무를 굳이 분리해서, 클라우드 방식으로 따로 처리하는 것 자체를 대형 금융회사들은 번거롭게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 클라우드 관련 규정의 경우, 대형 금융회사 보다는 IT 역량을 자체적으로 육성하기 힘든 중소형 금융회사들에게 보다 과감하게 규제 수위를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이를테면 보다 정교한 정책의 이원화다.

현재 보안연구원의 가이드라인에서만 명시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전자금융감독규정에서도 '비식별화 조치'가 됐다면 클라우드 방식으로 중요 정보(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보다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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