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정부가 매년 반복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간 재송신 분쟁을 막기 위해 협상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하지만 성실협상, 객관적 검증이 가능한 자료 이용 등과 관련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데다 분쟁의 핵심인 대가산정과 관련한 기준 제시가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와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20일 지상파방송의 원활한 재송신 협상을 위한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을 확정,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재송신 협상의 원칙과 절차, 성실협상 의무 위반여부, 정당한 사유 없는 대가를 요구하는 지 여부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과정에서 사업자간 공정한 경쟁 환경 또는 시청자의 권익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금지행위 판단 여부에 대한 법 해석 지침으로 활용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했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직접적으로 법적 효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관련 법령의 해석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사업자 간 협상이 합리적으로 진행되도록 하는데 기여하는 한편 명확한 법 집행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랜기간 논의 끝에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지만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대가 산정을 강제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의 제5조(자료제공의 방법)을 살펴보면 대가협상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한 자료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미래부와 방통위는 정부가 대가산정과 관련한 기준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금까지 사업자들이 유리한 자료를 내세워 협상해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었는데 정작 논란의 핵심인 대가산정과 관련해서는 발을 뺀 것이다.
신영규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장은 "해외는 물론, 국내 대가산정 모델 등을 다양하게 검토했지만 모든 요소를 감안할 때 결과 도출이 어려워 마지막 단계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손지윤 미래부 뉴미디어과장 역시 "콘텐츠에 대한 가치를 정형화된 기준으로 산식을 만든다는 것이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이 더 많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정 진영에게 유불리해질 경우 정부가 비난을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지상파나 유료방송사의 요청이 있는 경우 전문가로 구성된 재송신대가검증협의체의 자문을 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하지만 협의체의 자문은 말 그대로 자문일 뿐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대가산정과 관련한 논란을 불식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케이블TV 업계는 "정부가 지상파와 유료방송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첫 삽을 뜬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협상에서 합리적인 대가산정을 강제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가이드라인은 10월 20일부터 적용된다. 가이드라인이 매년 반복되고 있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간 재송신 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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