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주파수 경매가 예상보다 훨씬 조기에 종료됐다. 광대역 주파수가 외면 받았고, 광대역 2.6GHz 주파수 이외에는 경쟁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 사업자들은 합리적 경쟁을 펼쳤지만 판매자인 정부 입장에서는 예상밖의 결과를 받아들었다.
주파수 경매가 2일차를 맞이하자마자 종료됐다. 전날인 1일 7라운드까지 진행됐던 경매는 2일 8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종료됐다. 6라운드까지는 경합이 이뤄졌지만 7~8라운드, 연속으로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경매가 종료된 것이다.
경매 설계 자체를 2.1GHz 대역에서 경쟁이 불가능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업계나 학계 대부분에서 밀봉입찰까지 갈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6라운드만의 종료는 예상치를 한참 넘어선 결과다.
경매 조기 종료와 함께 주파수도 다 팔리지 않았다. 경매를 설계한 정부 입장에서는 꽤 당혹스러운 결과다. 쉽게 말해 흥행 실패다.
이번 경매에 나온 주파수는 ▲700MHz 40MHz폭(A블록) ▲1.8GHz 20MHz폭(B블록) ▲2.1GHz 20MHz폭(C블록) ▲2.6GHz 40MHz폭(D블록) ▲2.6GHz 20MHz폭(E블록)이 대상이다. 최저경쟁가격은 ▲A블록 7620억원 ▲B블록 4513억원 ▲C블록 3816억원 ▲D블록 6553억원 ▲E블록 3277억이다.
이 중 D블록인 2.6GHz 광대역 주파수만 가격이 2947억원이 상승했을 뿐 나머지 대역은 최저경쟁가격에 낙찰됐다. 여기에 700MHz 대역은 유찰됐다. 이 얘기는 사업자들이 자기가 필요한 영역에만 집중했을 뿐 과거처럼 경쟁사 부담을 늘리기 위한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LG유플러스는 결과적으로 2.1GHz에만 집중했다. 2.6GHz나 1.8GHz 등에서 경쟁사 부담을 늘리기 위한 전략 자체를 시도하지 않았다. SK텔레콤 역시 마찬가지였다. 2.6GHz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SK텔레콤과 KT의 경합은 예상됐었다. 하지만 과거 자존심 대결처럼 과열양상으로 번지지 않았다. 결국, 사업자들은 합리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사업자들은 합리적 선택을 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당혹스런 결과다.
미래부는 “이번 경매는 과거 두 차례의 경매에서 제기됐던 과열경쟁이나 경쟁사 네거티브 견제 없이 원만하게 진행됐으며 각 사에 필요한 주파수가 시장원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공급됨으로써 각 사가 급증하는 모바일 트래픽을 수용하는데 필요한 네트워크 투자 및 서비스 고도화 경쟁을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일단 700MHz 대역의 유찰은 다양한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700MHz 대역은 이동통신 용도 이외에 지상파 방송, 재난통신망이 함께 사용한다. 여기에 무선마이크 혼선 문제도 제기돼왔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아직 LTE 용도로 실제 사용하는 곳은 별로 없다. 생태계가 조성이 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확한 수요조사 없이 물건 팔기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재난통신망에 강점을 지닌 KT가 700MHz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과거 900MHz 주파수 이용불편의 학습효과가 겹치며 주파수 확보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700MHz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에도 불구, 실제 사업자들의 외면으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예상만큼의 낙찰가격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체 낙찰가격은 2조1106억원이다. 통신업계 및 학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파수 경매의 전체 낙찰가격으로 약 3조원 전후를 생각했다고 한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수준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700MHz 대역의 유찰로 전체 목표치에는 크게 미달하게 됐다. 2013년 경매 이후에도 낙찰가격 문제로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된 바 있다. 올해는 2013년보다 단위당 가격이 더 낮다. 700MHz를 제외하더라도 이번 경매에서 낙찰된 주파수들의 연간 1MHz당 이용대가는 25억원 수준이다. 2011년 2013년 33~34억원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이번 경매가 끝까지 갈 가능성은 희박했다”면서도 “하지만 700MHz 유찰, 조기종료에 따른 기대 이하의 낙찰가격으로 미래부도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라고 분석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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