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부, 합리적인 통신망 관리·이용방안 정책해우소 개최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네트워크 무임승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인터넷은 차별 없이 개방된 공간이어야 한다.”
통신망의 관리·이용 방향성을 놓고 통신망 사업자와 콘텐츠·플랫폼 사업자가 서로 다른 견해를 보였다. 통신사업자들은 플랫폼·콘텐츠 사업자가 망 운영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콘텐츠 사업자 등은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최재유 2차관 주재로 지난 15일 오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서 ‘인터넷 생태계 변화에 따른 합리적인 통신망 관리·이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ICT 정책 해우소’를 개최했다.
이번 정책해우소에는 인터넷 망 운영사업자 및 플랫폼·콘텐츠 제공사업자, 학계, 유관기관,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석해 인터넷 중심의 망 이용행태 변화에 따른 통신망의 관리·이용방안에 대해 논의를 펼쳤다.
이날 주제 발제자인 잉카리서치 조대근 대표는 미국과 유럽의 ‘제로레이팅(Zero-rating)’ 등 망중립성 현안에 대해 발표했다.
조 대표는 “미국과 유럽의 경우 차단․지연 금지, 대가에 의한 우선처리 금지를 원칙으로 하되, 일종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특정 서비스(Specialize Service)는 망 중립성 규제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로 레이팅에 대해서 미국은 사안별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고, 유럽은 이를 허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목적의 트래픽 관리를 허용하되 공정경쟁과 이용자 이익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로레이팅은 망 사업자가 콘텐츠 및 플랫폼 사업자와 제휴를 맺고 특정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내지 않는 사업모델이다. 예컨대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동영상·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데이터 요금이 면제되거나 할인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책해우소에 참석한 망 운영사업자들은 “네트워크에 무임승차(Free-riding)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망을 기반으로 고수익을 내고 있는 망 관리·운영비용 분담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의체를 운영하자”고 플랫폼․콘텐츠 사업자에 제안했다.
반면 플랫폼·콘텐츠 제공사업자들은 “인터넷은 차별 없이 개방된 공간이어야 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망 중립성 원칙과 네트워크 사업자의 투자 유인을 함께 논의해 좋은 룰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한다”며 “제로레이팅 등 사업자간 제휴가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준봉 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통신산업의 중심은 플랫폼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며 “망 중립성 논의에서도 플랫폼·콘텐츠 사업자와의 협력이 중요해짐에 따라 상생의 논의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사업협력담당 상무는 “시장 내의 경쟁과 이용자의 요구에 의해 통신산업 생태계는 계속 빠르게 변화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시장의 원리가 잘 작동할 수 있는 규제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류민호 네이버 인터넷산업연구실 실장은 “제로레이팅도 일종의 플랫폼화해 모든 CP에 오픈되는 방식이 출현하고 있다”며 “차별보다 투명성과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동준 아프리카 TV 전략지원본부장은 “CP의 콘텐츠 자체가 혁신적이고 경쟁력이 있다면 제로레이팅의 한계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선 카카오 대외협력담당 이사는 “해외에서도 대체로 일정 조건 하에 상업적인 트래픽 관리를 허용한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ISP와의 제휴는 CP에게 성장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KT와 손잡고 ‘다음카카오팩’이라는 부가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반면, 김성진 SK브로드밴드 CR전략실장은 “ISP와의 제휴가 CP에 도움이 되지만 본질적인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제로레이팅은 허용 여부보다 정도의 문제”라고 피력했다.
학계, 유관기관,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최근에는 망 중립성과 네트워크 운영사업자의 망 관리를 함께 고려한 정책이 수립되고 있으며, 국내·외 정책방향이 유사하게 수렴하는 추세”라며 “정부는 정책 수립시 사업자 간 관계뿐만 아니라 인터넷 이용자의 이익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재유 2차관은 “우리나라 네트워크 산업은 양적, 질적으로 모두 최고 수준으로 성장해 다양한 플랫폼·콘텐츠가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며 “통신사와 망 이용사업자 간 상생·협력 모델을 통해 합리적인 네트워크 이용 방안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정책해우소에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와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 콘텐츠·플랫폼 3사가 참여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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