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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회준 KAIST 교수 “10년 내 가상비서 시대 열린다”

-10년 전부터 인공지능 연구한 반도체 권위자 “AI, 가상비서 형태로 공존”

-알파고로 휩쓸린 눈 경계…가장 잘 할 수 있는 기술로 살 길 모색해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구글의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에야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AI)’을 주목하고 대응하기 시작했으나, 10여년 전부터 인공지능을 꾸준히 연구해 온 반도체분야 권위자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유회준 KAIST 교수<사진>는 미국 벨연구소와 현대전자 반도체연구소 등을 거쳤으며 아시아 최초로 세계 최고 권위의 학회인 국제고체회로설계학회(ISSCC) 회장까지 역임한 입지적인 인물이다. <디지털데일리>는 유회준 교수를 만나 미래 인공지능 사회와 역할에 대해 미리 들여다봤다.

유 교수는 10년 후 미래를 일상생활 곳곳에서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세계, 가상비서가 보편화된 세상으로 내다봤다. 형체는 제각각이지만, 가상비서라는 콘셉트의 서비스가 생활 전반에 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알파고 후폭풍에 휩쓸려 유행처럼 번지는 인공지능 대책을 경계하고 우리나라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술로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 후를 내다보는 연구에 매진해 온 유 교수는 ▲모바일 3차원 게임칩 ▲뇌 구조를 모사한 인공지능 물체인식 프로세서 칩 ▲의복형 웨어러블 컴퓨터 ▲증강현실과 딥러닝을 적용한 K-글래스(K-Glass) 등을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해 왔다.

또, 지난 1월 유 교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SSCC 2016’에서 ▲충돌 위험을 예측하는 딥 뉴럴 네트워크 기법을 사용한 자동차용 칩 ▲알파고처럼 추리를 빨리할 수 있는 로봇에 적용하는 인공지능칩 ▲K-글래스에 도입해 가상현실처럼 글자를 입력하거나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웨어러블용 칩 ▲몸에 부착하는 생체신호 측정 스마트 스티커 센서 등을 발표해 다시 한 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형체는 제각각, 콘셉트는 ‘가상비서’ 생활 전반에 퍼질 것=유 교수는 “2003년부터 인공지능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고, 10년 전부터 실질적인 연구를 진행해 왔다”며 “10년 내 다양한 형태의 가상비서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단언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애플의 시리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가 가상비서 초기 형태로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각각 구글나우와 M이라는 서비스를 가상 개인비서 서비스를 내놨다. 현재는 질문에 대한 답변과 간단한 업무 수행 능력 정도지만, 지능이 고도화되면서 가상비서 역할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 교수는 “가상비서라고 해서 꼭 로봇의 형태로 상상할 필요는 없다”며 “다양한 형태와 용도의 가상비서 콘셉트 지능형 스마트머신이 생활에 스며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보다 기계가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나의 상태를 알아채고 이에 맞는 다음 행동을 스스로 진행할 것”이라며 “사람의 표정을 인식해 감정을 알아내고 의도를 파악하는 부분들에 대한 연구는 이미 많이 진행돼 있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아직 구현해야 할 부분은 많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가까운 시일 내 프로토타입의 가상비서가 주변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유 교수팀이 개발한 K-글래스도 추후에는 가상비서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세계 처음으로 딥러닝이 가능한 칩을 적용한 K-글래스는 스마트머신의 일종이다.

이와 관련 유 교수는 “K-글래스에 일부 인텔리전스를 구현했으며, 가상비서가 옆에 있는 것처럼 실현될 수 있다”며 “휴대폰도 개발 후 일반인들의 필수품으로 자리잡는 데 10년정도 걸렸으니, 가상비서도 10년 내 보편화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제야 슈퍼컴퓨터, 소프트웨어? “알파고 따라 미식축구하는 격”=이와 함께 유 교수는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인공지능에 무작정 쏠린 우리 사회 시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제기했다. 이는 정부에서 부랴부랴 대책안을 내놓으며 모든 관심이 알파고 따라잡기에 쏠린 상황에 대한 일침이다.

유 교수는 “구글은 딥러닝을 게임에 접목했는데, 알파고는 인공지능의 한 부분일뿐”이라며 “우리나라가 잘 하는 동네축구를 해야 하는데, 알파고를 본 후 미국이 잘 하는 미식축구를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고 소프트웨어 강국이 돼야 한다고 몰고 가는데 소프트웨어를 잘 한다고 세계 최고가 되느냐, 아니다”며 “인도는 소프트웨어를 가장 잘 하지만 세계 최고는 아니며, 세계에서 소프트웨어로 돈을 버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유 교수는 개발된 슈퍼컴퓨터 등을 활용해 우리나라가 가장 잘 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스템을 알고 솔루션을 개발해 사람들이 실제 삶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단말이나 서비스 형태로 인공지능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의 알파고 대국 이전에는 인공지능 관련 연구개발 대상 정부 지원 및 기업 투자는 미약한 수준이었다. 유 교수 또한 K-글래스를 비롯한 인공지능 관련 연구 때마다 과제비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 해 부족한 재정상황에 허덕여야 했다.

유 교수는 “이제라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다행이지만,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목소리도 높다”며 “인류 역사에 굵직한 기술들은 처음에는 모두 위협적으로 보였으나 결국 공생하는 관계로 공존하고 있다. 인공지능도 이런 기술 중 하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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