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퀄컴이 보급형 14나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미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8890’, 퀄컴은 ‘스냅드래곤 820’과 같은 플래그십 AP를 선보인 상황이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중저가 모델 위주의 성장이 이뤄지고 있어서 그만큼 보급형 A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공개한 보급형 AP ‘엑시노스 7870’은 퀄컴 ‘스냅드래곤 625’과 그래픽처리장치(GPU), 모뎀 기능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제품은 모두 삼성전자 14나노 핀펫 공정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온칩(SoC)이다. 같은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공정으로 인한 성능 차이는 없다. 아키텍처도 ARM ‘코어텍스 A53’ 옥타코어로 동일하다.
가장 큰 차이는 GPU에서 발견된다. 엑시노스 7870은 ARM ‘말리 T830’을 이용하는 반면 스냅드래곤 625는 ‘아드레노 506’을 쓴다. 삼성전자는 중앙처리장치(CPU) 아키텍처를 공급하는 ARM에 전적으로 GPU를 의존하지만 퀄컴은 오래전부터 자체적으로 설계자산(IP)을 보유해 차별화를 꾀했다.
구체적인 사양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GPU 성능을 살펴볼 수 있는 GFX벤치(맨해튼, T렉스) 등의 결과로 추정하면 아드레노 506이 전반적인 성능에서 앞서 있다. 물론 두 AP를 장착한 스마트폰이 시장에 출시되어야 정확한 결과 확인이 가능하므로 참고사항 정도에 불과하다.
모뎀 기능에서는 확실하게 스냅드래곤 625가 한 수 위다. 두 제품은 롱텀에볼루션(LTE) 2밴드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 주파수 분할 방식(FDD), 시분할 방식(TDD) 등을 모두 지원한다. 다만 LTE 규격에서는 스냅드래곤 625는 카테고리7(Cat.7), 엑시노스 7870이 카테고리6(Cat.6)을 사용하고 있다. Cat.6과 Cat.7은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300Mbps로 같지만 업로드 속도는 50Mbps(Cat.6), 100Mbps(Cat.7)로 두 배 차이가 난다.
종합하면 이론적으로 같은 14나노 핀펫 공정과 옥타코어 CPU를 사용하고 있으나 GPU 및 모뎀 기능에서 스냅드래곤 625가 다소 우위에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실리콘, 미디어텍 등 14나노 공정을 이용한 대부분의 보급형 AP가 엇비슷한 사양을 가지고 있으나 모뎀 기능에서는 퀄컴이 반보 가량 빠르게 달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
관전 포인트는 보급형 AP의 확산 여부다. 엑시노스 7780은 ‘갤럭시J7’에 탑재되며 1분기에 양산될 계획이다. 스냅드래곤 625는 구체적인 채택 업체의 숫자가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상위 모델인 ‘스냅드래곤 820’이 100개 이상의 업체에 공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고객사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15년 AP 시장규모는 2014년 대비 4% 감소한 200억달러(약 24조4000억원)이었으며 시장점유율은 퀄컴(42%), 애플(21%), 미디어텍(19%) 순이었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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