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시스코가 디지털파괴(Digital Disruption) 현상으로 각 산업분야 10대 선두기업 가운데 4곳은 5년 안에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디지털화’로 격변하는 세상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경고다.
시스코는 이와 비슷한 얘기를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했다.
20년간 시스코를 경영했던 존 챔버스 전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속적으로 기업과 국가들을 겨냥해 “변화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경고해 왔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 메시지의 강도는 세지고 있다. 갈수록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작년 만해도 ‘25년’을 기준으로 했던 경고는 단숨에 5년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열린 ‘시스코 라이브 2014’에서 챔버스 회장은 “25년 전에 존재했던 포춘 500대 기업 가운데 살아남은 기업은 24%에 불과하다. 25년 후에는 사기업 가운데 87%가 사라질 것이고, 전세계 대기업 중 3분의 1만이 그 가치가 유지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6일 시스코는 두 가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중 하나인 ‘디지털보텍스(Digital Vortex)’ 보고서는 각 산업분야에서 현존하는 선두기업 중 40%는 향후 5년 내 업계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전망이 담겼다.
더욱이 IT기업과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유통, 금융서비스, 통신 산업은 이미 ‘디지털화’ 회오리(Vortex)의 중심부에 들어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직접 영향권에 있어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전환을 통한 변화전략이 현재 실행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들보다는 조금의 여유는 있지만 교육, 호텔·여행, 제조, 의료, 공공서비스(유틸리티) 등 전 산업군이 결국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내용을 기자들에게 소개한 로스 파울러 시스코 아태·일본지역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만물인터넷 액셀러레이션 부문 사장은 “‘디지털회오리’는 토네이도처럼 중심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욱 거세게 휘몰아치기 때문에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시스코의 이같은 경고와 전망이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파괴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차량 한 대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택시 사업모델을 변화시킨 ‘우버’나 은행이 아니지만 ‘핀테크’로 금융서비스업을 새롭게 정의한 ‘알리바바’, 배터리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와 자동차 산업에 충격파를 던진 ‘테슬라’의 사례는 많이 회자된다. 이들은 ‘파괴적 변화’를 이끈 대표적인 혁신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택시’가 택시산업에 영향을 주고 ‘삼성페이’를 비롯한 ‘OO페이’의 열풍이 결제서비스 지형을 바꾸고 있다. 특히 핀테크의 부상은 보수적이던 은행을 변화시키고 진입장벽이 크고 높았던 금융산업도 개방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시스코가 내놓은 ‘디지털보텍스’와 ‘제조업의 디지털화’ 보고서도 시스코만의 전망이 아니다. 전세계 주요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조사해 나온 결과다. 시스코는 전문기관들과 함께 여러 비슷한 조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전세계 13개국 제조업 부문 의사결정자 등은 ‘디지털화’가 자신들의 기업과 산업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고, 비즈니스 모델을 디지털화를 적용해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문제는 알고 있어도 변화를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파울러 부사장은 산업 전반에서 불고 있는 ‘디지털파괴’ 현상을 실감하고 있음에도 기업들이 변화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방대한 조직 문화와 구조 변경이 요구되기 때문”이라며 “기존의 조직 문화와 구조가 디지털전환을 이뤄내는데 방해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마다 처한 환경과 상황이 다르다. 그럴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모든 기업이 이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여 실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시장분석기관인 IDC는 ‘디지털전환’을 대하는 조직의 형태를 ‘디지털저항자(Digital Resister)’, ‘디지털탐색자(Digital Explorer)’, ‘디지털플레이어(Digital Player)’, ‘디지털트랜스포머(Digital Transformer)’, ‘디지털파괴자(Digiatal Disrupter)’으로 분류했다. 현재는 ‘디지털탐색자’와 ‘디지털플레이어’가 가장 많다.(64.2%) 그리고 디지털전환 선두기업인 ‘디지털트랜스포머’와 ‘디지털피괴자’는 총 20% 정도이고, ‘디지털파괴자’는 7%에 불과하다.
디지털화를 아예 받아들이지 않는 곳도 여전히 존재하지만(14.2%) 저마다 디지털화로 비즈니스를 향상시키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시키기도 하며,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정보화’를 추진하면서 사무실에 컴퓨터를 보급하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많은 업무를 IT시스템을 기반으로 처리하는 기업들이 이미 많다.
파울러 부사장은 이 단계를 소개하면서 “디지털전환으로 현재의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하는 조직들이 많이 있다. 최종 목표지점은 디지털전환으로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거나 산업 자체를 재정립하는 단계”라며 “특히 중심에 놓여 있는 산업은 시간이 없다. 앞 단계를 건너뛰고 빠르게 변모해 산업을 재정의하는 단계로 바로 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디지털회오리’에 휩싸여 있는 IT,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유통, 금융서비스, 통신 산업에 해당된다.
시스코의 전망치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디지털회오리’가 몰려온다는 경보를 다양한 경로로 듣고 있다. 이를 아주 시급하고도 엄중한 우리조직의 문제로 인식해 변화와 혁신 전략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것인가, 아니면 아직은 먼 미래의 남의 얘기로 볼 것인가. 물론 그 선택은 경영진과 조직구성원의 자유다.
다만 이 디지털회오리의 위력을 제대로 인지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무섭다. 현재에 안주하며 변화를 주저하다 정말로 시장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는 경고를, 그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정말로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같다.
<이유지 기자>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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