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사장)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 분야의 공정 원가 및 성능 경쟁력을 추가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한 사장은 1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전시회(IMID)를 둘러본 뒤 공정 장비 및 소재 담당 임원들에게 “회사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OLED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에 참여한 핵심 장비도 구매를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공정 장비, 소재 분야에 관심
한 사장은 오후 3시 30분께 일산 킨텍스에 도착, 곧바로 전시회장으로 향했다. 공정 장비 및 소재, 상품기획 담당 임직원 10여명이 동행했다. 그는 두 시간여에 걸쳐 테스, 교리츠화학, 동진쎄미캠, AP시스템, DE&T, 트럼프, 앤비젼, 머크, JSR, 탑엔지니어링, 선익시스템, 케이씨텍 등 여러 공정 장비 및 소재 부스를 돌아봤다.
그가 가장 관심 있게 둘러본 곳은 AP시스템 부스다. 다른 부스와 달리 이곳에서 한 사장은 정기로 AP시스템 사장과 이런저런 질문과 답을 주고받았다. AP시스템은 소형 OLED의 핵심 요소인 다결정실리콘 박막트랜지스터(TFT) 양산을 위한 레이저결정화(ELA) 장비를 주력 매출원으로 삼고 있다. 한 사장은 “이 ELA 장비가 어디에 도입돼 있나”라고 물었다. 정기로 AP시스템 사장은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A3 라인에도 이 장비가 들어갔고, 우리의 주력 제품이다”라고 답했다. 한 사장은 이후 담당 임원에게 “도입을 검토하고 있나?”라고 물었다. “구미 6세대 라인에 도입키로 하고 현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같은 한 사장의 지시는 다소 의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AP시스템의 ELA 장비는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협업 결과물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본 ELA 장비를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기 위해 AP시스템과 수 년간 공동 개발 작업을 했다. 결과는 대성공.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용 TFT 양산 라인에는 모두 AP시스템의 ELA가 도입돼 있다.
그간 LG디스플레이는 삼성 측이 개발한 장비는 도입을 하지 않았었다. AP시스템도 LG디스플레이에 ELA 장비를 공급한 사례가 없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다결정실리콘 TFT 공정 라인에 일본 JSW의 ELA를 도입해 둔 상태다. JSW는 액정표시장치(LCD) 시절부터 ELA 장비 시장의 맹주였으나 AP시스템이 OLED용 ELA를 국산화한 이후 점유율이 계속적으로 깎이고 있다. LG도 생산기술센터에서 ELA 장비 개발을 지속해오고 있으나 양산 라인에 적용할 만큼의 기술 성숙도는 갖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한 사장은 AP시스템의 레이저리프트오프(LLO) 장비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LLO는 유리기판 위에 형성된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이미드(PI)를 떼어내는 역할을 한다. AP시스템의 LLO 장비는 엑시머 레이저를 사용하는 덕에 출력이 높고 절단면 역시 깔끔하다. LG디스플레이는 이오테크닉스에서 LLO 장비를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최근 TV용 대형 OLED 외 소형 플렉시블 OLED 사업도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안다”며 “애플 워치 등에 관련 제품을 공급하면서 외부 문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사장은 이날 삼성디스플레이 부스를 돌아보며 “경쟁사를 잘 보고 우리도 잘 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한국 업체들끼리 화합해야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9.7인치 OLED 패널을 보곤 담당 임원들에게 “봐, 잘 만들었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검토 지시는 계속됐다. 한 사장은 동진쎄미캠에서 투명 나노와이어 전극 제품에 대한 소개를 듣고서도 구매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해당 제품은 투명 디스플레이를 위한 핵심 소재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머크와 JSR, 교리츠 화학의 각종 디스플레이 소재에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임원들은 그의 검토 지시가 떨어질 때마다 재빠르게 메모를 하고, 해당 부스의 영업 자료와 담당자 명함을 챙기기 바빴다.
LG디스플레이의 관계자는 “한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이라 이런 전시회에 참석하면 기본적으로 2시간 가량 여러 부스를 둘러보며 현장에서 직접 구매나 도입 검토 지시를 내리곤 한다”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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