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5일 발행된 <인사이트세미콘> 오프라인 매거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공급과잉이 극심했던 2011~2012년. 태양광 셀, 모듈 ASP가 전년 대비 30~40%씩 폭락하면서 독일 큐셀, 솔론, 미국 솔린드라, 에버그린솔라, 중국 선텍 등이 파산 혹은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태양광 산업은 이 같은 1차 구조조정 이후 2013년 하반기부터 시황이 개선됐고 2014년에는 주요 업체들의 실적이 회복세를 보였다. 올해도 견조한 태양광 발전 수요를 바탕으로 선두 업체들의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후발 업체와의 격차도 크게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글 한주엽 기자 powerusr@insightsemicon.com
태양전지는 태양광을 전기 에너지로 직접 변환하는 소자다. 폴리실리콘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결정형과 얇은 필름 형태의 박막형으로 나뉜다. 박막형은 다시 비(非) 결정형 실리콘(amorphous Silicon a-Si), 카드뮴-텔룰라이드(Cadmium Telluride, CdTe) 및 구리, 인듐, 갈륨, 셀레늄 화합물인 CIGS(Copper Indium Gallium Selenide)로 구분된다. 이들 박막형 태양전지는 물질을 기판 위에 증착하는 공정으로 생산되므로 결정형과 비교해 제조원가가 낮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다만 발전 효율이 10% 내외로 떨어지는 것은 단점이다. 결정형 태양전지의 발전 효율은 10% 후반대로 박막형 대비 월등히 높다. 최근 수 년간 이어진 치킨게임에 의해 폴리실리콘, 웨이퍼, 결정형 태양전지 셀 가격은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박막형의 ‘경제성’도 이젠 더 이상 큰 장점이 될 수 없다. 전체 태양전지 시장에서 박막형의 비중 확대가 더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된 태양광 모듈 총량에서 a-Si, CdTe, CIGS를 포함한 박막형 제품이 차지한 비중은 9.1%에 그쳤다. 향후 이 비중은 더 줄었으면 줄었지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IHS는 2019년 박막형 태양전지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 수준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기물이나 나노소재 등을 활용하는 연료감응형 태양전는 ‘차세대’ 제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나 아직 실험실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과거와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결정형 제품이 태양전지의 대세가 될 것이란 의미다.
태양광 셀 시장도 중국이 대부분 장악
지난해 전 세계 결정형 태양광 셀 생산량은 4만4842메가와트(MW, 44GW)로 전년 대비 20.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한화솔라원(한화큐셀 합병)과 대만 모테크, 네오솔라파워를 제외한 7곳이 중국 업체였다. 태양광 전 밸류 체인에 걸쳐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10위권 내에 든 대만과 한국 업체 모두 중국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으므로, 사실상 중국 땅에서 생산된 태양광 제품이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 설치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상위 몇 개 업체에 점유율이 집중돼 있는 폴리실리콘, 웨이퍼 산업과는 달리 10개 기업이 비슷한 점유율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지난해 연간 태양광 셀 생산량을 살펴보면 중국 업체인 JA솔라(2855MW, 6.4%), 트리니솔라(2551MW, 5.7%), 잉리그린에너지(2469MW, 5.5%)가 1위부터 3위 자리를 차지했고, 한화큐셀을 합병한 한국의 한화솔라원(2325MW, 5.2%)이 그 뒤를 따랐다. 4위부터 10위까지의 업체들도 1~4위 업체들과 점유율 측면에서 대단히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네오솔라파워, 진코솔라, 모테크, 진테크, 캐내디언솔라, 하레온솔라 등도 제각기 3~4%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10위권 내에 든 결정형 태양광 셀 제조업체들의 생산량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로 과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모듈 수요 증가에 따라 지난해 태양광 셀 제조업체들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70%를 넘긴 7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셀 제조업체들의 가동률이 70%를 넘긴 것은 2010년 이후 꼬박 4년 만의 일이다. 올해는 가동률이 81%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태양광 셀 생산량은 전년 대비 23.5% 증가한 5만5388MW(55GW)다.
지난해 태양광 셀의 평균판매가격(ASP 스팟시장 및 고정거래가 합산 평균)은 와트(W)당 0.42달러로 전년 대비 14.2% 떨어졌다. 올해도 가격 하락은 계속되겠지만 그 폭은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IHS는 올해 태양광 셀 ASP가 작년 대비 9.2% 떨어진 W당 0.38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급과잉이 극심했던 2012년 태양광 셀 ASP는 전년 대비 무려 40%가 넘게 떨어졌다. 독일 큐셀(한화가 인수)과, 독일 모듈 업체인 솔론, 미국의 솔린드라, 에버그린솔라, 중국 선텍 등이 파산하거나,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던 때가 바로 이 시기다. 업계에선 태양광 셀 가격 하락률이 계속 둔화될 전망이라며 각 업체들의 실적 역시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많은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어 일부 업체가 증설 레이스를 펼칠 경우 과거와 같은 공급과잉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태양광 모듈 혼전 양상 지속, 실적은 개선
여러 개의 태양광 셀을 연결한 것이 태양광 모듈이다. 태양광 부품 산업 밸류 체인의 가장 끝단에 위치한 모듈 분야는 기술적 장벽이 후방 산업과 비교해 가장 낮기 때문에 경쟁 또한 최고로 치열하다. 따라서 태양광 셀, 잉곳 및 웨이퍼, 폴리실리콘 산업과 비교하면 가동률 회복 수준, ASP 하락 둔화세가 상대적으로 늦다. 물론 태양광 발전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시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다른 밸류 체인과 동일하다.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 모듈 출하량은 전년 대비 20.4% 증가한 4만7999MW(47GW)인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 셀 생산량이 약 44GW였던 데 비해 모듈 출하량이 더 많은 이유는 a-Si, CdTe, CIGS를 활용한 박막형 제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업체별 출하량을 보면 1, 2위 업체인 트리나솔라(3337MW)와 잉리그린에너지(3101MW)는 연간 태양광 모듈 출하량이 3GW 수준을 넘어섰고, 3위 캐내디언솔라, 4위 한화솔라원, 5위 진코솔라, 6위 JA솔라, 7위 샤프도 출하량이 2GW를 상회한다. 1위 트리나솔라와 12위 하레온솔라까지 12개 각 업체의 연간 모듈 출하량은 1GW를 넘는다. 폴리실리콘, 웨이퍼, 셀 시장과는 달리 모듈 분야에선 샤프, 교세라, 파나소닉 같은 일본 업체들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주로 자국 시장의 발전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그간 주요 태양광 모듈 업체들의 사업 전략은 ‘수직계열화’였다. 예컨대 지난해 모듈 출하량 1위부터 7위까지의 업체는 모두 태양광 셀도 생산하고 있다. 잉리와 한화의 경우 태양광 폴리실리콘부터 웨이퍼, 셀, 모듈을 모두 다루는 완전한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다. 캐내디언솔라, 트리나, 선파워의 경우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전 밸류 체인에 발을 담그고 있다. 수직계열화를 달성한 기업들의 특징은 시황이 안정적일 때 실적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는 반면, 공급과잉이 왔을 때 손실 역시 크고 빠르다는 것이다. 2013년 하반기부터 태양광 시황이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가장 먼저 수혜를 본 곳은 수직계열화를 이룬 기업들이었다.
최근에는 수직계열화에 이어 수요 확보를 위해 태양광 발전 사업 개발 및 금융 조달, 시공, 운영 유지와 같은 다운스트림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업계에선 태양광 산업에서 발생하는 전체 부가가치 중 부품 제조와 시공 분야의 비중은 각각 10%, 나머지 80%는 다운스트림 분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다운스트림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해 실적을 개선하고 안정적 사업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주요 업체들의 생각이다. 한화그룹을 비롯해 중국의 일부 선도 업체들은 부품 제조를 넘어 다운스트림 시장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 업계 증설 불구 시황은 개선세
올해 중국의 선두 태양광 모듈 업체들은 공격적인 출하량 확대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위 업체인 트리나솔라는 4.4~4.6GW, 캐내디언솔라는 4~4.3GW, 잉리와 진코솔라의 경우 각각 3.6~4.0GW, 3.3~3.8GW의 모듈 출하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총 생산 가능 용량 역시 늘릴 계획이다. 미국이 부과한 반덤핑 관세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 신규 공장을 지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출하량 확대 및 증설 계획에도 불구하고 시황 전망은 긍정적이다. IHS는 올해 태양광 모듈 업계의 총 생산량이 작년 대비 26.5% 증가한 6만70MW(60GW)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전 세계 태양광 발전 수요 예측치가 전년 대비 30% 증가한 57W 수준임을 감안하면 수급 상황은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태양광 모듈 ASP는 W당 0.66달러로 예상된다. 이 예상대로라면 전년 대비 가격 하락률은 한 자릿수인 6%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2019년까지 이 같은 낮은 가격 하락률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중국 업체들이 보다 공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릴 경우 이 같은 전망치는 변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태양전지와 모듈의 공급과잉은 여전히 지속 중이지만 규모의 경제를 이룬 선두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빨라지면서 후발 주자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질 전망”이라며 “향후 2~3년 내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2차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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