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결위,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심의 의결 안 해”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입장을 확정했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결위)가 열렸지만 이 건에 대한 심의를 하지 않았다. 투자심의위원회(투자위) 결정에 대한 암묵적 동의인 셈이다.
14일 국민연금 민간 자문기구인 의결위가 소집됐다. 국민연금이 지난 주 투자위에서 결정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반 결정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다. 의결위는 3인 이상 전문위원이 소집을 요청하면 열린다. 의결위 개최 없이 입장을 확정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투자위는 결정을 공개치 않았지만 합병 찬성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을 추진 중이다. 오는 17일 합병 주주총회 개최 예정이다. 그러나 삼성물산 3대 주주 엘리엇매니지먼트(지분율 7.12%)의 반대로 표 대결로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그래서 삼성물산 1대 주주 국민연금(지분율 11.21%)의 의사가 주목을 받았다.
이날 결과는 뒤집히지 않았다. 의결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반에 대한 의결을 하지 않는 것으로 투자위 결정을 추인했다. 즉 투자위 결정 유지다.
의결위는 “본건을 의결위 판단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의 의결하지 않았다”라며 “그러나 본견을 판단결정을 요청하지 않은 절차적 사안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결정을 내렸고 삼성물산 주주총회 이후 이를 공개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한 숨 돌렸고 엘리엇은 한 숨을 쉬게 됐다. 합병은 주총 참여 의결권 3분의 2 이상 또는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주주 80%가 참여할 경우 53.33%, 주주 70%가 참여할 경우 46.67%가 동의해야 한다. 국민연금 포함 삼성물산이 모은 확실한 찬성표는 40%대 초반이다. 엘리엇이 규합한 정해진 반대표는 자신의 지분을 합쳐 10%대 초반이다.
24.43% 지분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 모시기 경쟁은 삼성물산이 한 발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대세가 기울었다는 점과 합병 삼성물산의 시너지와 주주환원정책 등이 호응을 얻었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 주가 급락이 불가피한 점도 찬성 쪽에 유리한 지점이다. 엘리엇은 잇단 무리수로 신뢰가 흔들렸다. 폴 싱어 회장의 2002년 월드컵 관람을 들어 먹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의결권 대리인 허위기재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교보증권 백광제 책임연구원은 “헤지펀드는 추가적 주가 급락이 있더라도 충분히 손실을 입지 않을 수 있다. 삼성물산 주가가 상승해야만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인 일반 주주와는 이익의 방향성이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합병 무산시 주가하락 피해는 일반 주주에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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