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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누구를 위한 핀테크인가?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 5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은 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간편결제 서비스 시연을 지켜봤다. 천송이 코트로 촉발된 간편결제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보여주는 자리였다.

시연회에선 중국인이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이 보여 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은 해당 쇼핑몰 가입을 위한 ‘본인인증’을 이메일을 통해 진행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경우 아직도 인터넷 쇼핑몰에 회원 가입을 할 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한 본인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그룹의 B2C사이트인 ‘티몰(Tmall)’에 한국상품관 입점을 기념하는 개통식이 개최됐다. 한류스토리, 한국상품, 여행 등 종합적으로 구성되는 티몰 한국관에는 기존 티몰 한국상품 판매업체들이 우선 입점하게 되고 단계적으로 상품종류 및 입점업체 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우리 제품의 판매로를 확보한다는 의미이지만 역으로 우리 국민이 알리바바의 간편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도 된다. 티몰에서는 기본적으로 알리페이를 결제 수단으로 쓰도록 하고 있어 한국관 입점 업체들이 알리페이를 결제수단으로 채택할 수 있다.

또,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국내에 방한해 간편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현지화하기 위해 관련 파트너를 물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팔과 더불어 가입자 규모로는 세계적으로 수위권을 달리고 있는 알리페이의 국내 시장 진출이 가시화된 것이다.

‘핀테크’ 활성화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그동안 국내 금융사와 IT기업들을 옥죄던 규제들이 하나 둘 풀리고 있다.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가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살펴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정부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기업과 시장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기업이 커나갈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을 논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하지만 최근 간편결제와 핀테크를 둘러싼 시장의 흐름을 보면 해외 업체에게 안방을 그대로 내주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자아내게 한다. 해외기업이건 국내기업이건 서비스 선택의 자유는 고객에게 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동등한 출발선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다.

하지만 다음카카오 등 핀테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미 한발 늦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 핀테크, 혹은 간편결제 생태계가 갖춰지기도 전에 해외의 거대 공룡들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시장에선 오히려 국내 핀테크 업체에게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한국 핀테크 업체 5곳이 룩셈부르크 정부의 초청을 받아 현지에서 사업 협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모 업체는 현지에서 벌어진 핀테크 경진대회에서 본선에 입상하기도 했다. 이 업체는 국내 은행이 진행한 핀테크 경진대회에선 1차에서 탈락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핀테크 열풍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부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의미에서 기존 ‘기득권 내려놓기’는 이뤄지지 않는 인상이다.

중국의 알리바바가 탄생한 해는 공교롭게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뱅킹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올해는 한발 앞서나간 인터넷 뱅킹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발전된 전자금융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기점이 될 만한 해다. 간편하고 아이디어 넘치는 금융 서비스 탄생을 위해서 해외의 사례를 본받는 것은 좋지만 국내 시장이 해외업체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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