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구글코리아가 왜 이렇게 자주 미디어 행사를 열까요?”
홍보업계에 있는 한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이렇게 물었다. 기존 구글코리아는 언론 접촉이 잦은 회사가 아니었는데, 근래 들어 부쩍 언론 대상 행사를 자주 여는 것 같다는 것이다.
사실이다. 새해 들어 벌써 기자 초청행사를 세 번이나 열었다. 일정표를 보니 지난 두 달 동안 세 번의 미디어 행사를 연 회사는 구글이 유일했다. 보통 1, 2월은 기업들이 미디어 행사를 개최로 선호하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열린 행사는 ‘글로벌 모바일 인터넷 경제의 성장’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한국 모바일 경제 현황과 모바일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이다. 행사 이후 햄버거보다 모바일 인터넷이 중요하다느니, 모바일 인터넷을 위해 섹스도 포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느니 하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기사들이 이어졌다.
구글이 이 보고서를 발표한 이유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국에서 모바일 인터넷의 중요성과 경제효과를 강조하면서 구글이 모바일 인터넷 생태계 구성의 1등 공신이라는 점을 내세우기 위한 자리인 것이다.
구글의 자기자랑(?)이 이어지는 이유는 최근 구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조금씩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국내 모바일 운영체제, 모바일 앱 마켓, 동영상 서비스 등 여러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검색에서는 한국시장 공략에 실패했지만, 모바일 플랫폼을 장악하면서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그럼에도 국내에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그 결과 얼마 전까지 구글은 ‘혁신 기업’ ‘착한 기업’ ‘열린 기업’ ‘일하기 좋은 기업’ 등으로 한국 언론의 칭찬을 주로 받았는데 최근에는 ‘독점 기업’ ‘공룡 기업’ 등 부정적 이미지의 기사가 늘어나고 있다.
언론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구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도 구글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국회의원들은 구글의 독점과 한국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지적했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는 구글세를 물려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구글이 최근 미디어 행사를 자주 개최하며 언론 대상 여론 정화를 시도하듯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도 시작될 조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제1부속실장 겸 수행비서였던 임재현 씨를 구글이 영업한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임 전 실장은 국내 정보기술 정책에 대한 구글코리아의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최고책임자를 맡았다.
사실 구글은 천문학적인 로비자금을 쓰는 회사다. 미국의 로비자금 지출 규모를 집계해 제공하는 ‘OpenSecrets.org’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185억(1682만 달러)의 로비자금을 지출했다. 구글의 로비자금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주요 IT 기업들의 로비자금을 전부 합친 규모에 맞먹는다.
구글의 주 로비 대상에는 미 상하원 의원, 백악관, 연방통신위원회(FCC) 등 등이 포함돼 있으며, 자국 내에서 반독점 의혹에 대한 미국 정부의 조사가 강화되면서 로비 자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임 전 실장을 영입한 것은 이같은 로비력(力)을 한국에서도 발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의 구글세 도입, 공정위 조사 등에 대비다.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구글은 착한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가직 있었지만, 최근에는 언론, 정치권에서 구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다”면서 “구글코리아의 최근 행보는 이같은 위협요소에 본격적으로 대응하는 듯 보인다”고 평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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