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의 국회통과가 무산되면서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확산을 위한 KT진영의 공세가 매섭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유료방송점유율 관련 법안을 심사했지만 일부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다음 소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정기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이들 법안이 회기내 통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임시국회를 통해 관련 법안이 논의될 경우 연내 처리가 가능하겠지만 쉽지 않아보인다.
합산규제는 특수관계자의 점유율까지 포함해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점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현재 IPTV 사업자인 KT의 경우 3분의 1규제를 받지만 KT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이기 때문에 점유율 규제를 받지 않는다. IPTV+위성방송인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가 주력인 KT진영은 이를 통해 점유율 규제를 피할 수 있어 논란이 돼왔다.
하지만 합산규제를 적용할 경우 KT그룹은 거의 3분의 1 점유율에 육박해있다. 향후 마케팅, 영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IPTV 사업자나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전국방송 면허를 2개나 허가해준 것 자체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내세워 합산규제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3일 미방위 전체회의 후 대체토론에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시청권제한과 독점완화가 부딪히고 있는데 현시점에서는 KT의 독점폐해가 더 크다고 본다. 정부나 국회가 이 시점에서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도 "이 의원 말에 대체로 동의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상호 의원도 "방송은 제조업하고 다르게 공정성이 중요하다. 독점규제와 관련해 특정사업자가 주장하는 내용에 공무원이 너무 치우치면 안된다. 일몰제 같은 얘기는 하지 마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2일 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법안처리 일정은 늦춰질 수 밖에 없게 됐고 KT진영은 법안 처리 때까지 시간을 벌수 있게 됐다. 특히, 최근 KT가 방송상품을 덤핑판매하고 있다는 증거사례가 포착되며 KT가 법 처리 전 3분의 1점유율을 넘겨 아예 합산규제를 무력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법안처리 전 아예 3분의 1 점유율을 넘겨 점유율규제 상한선을 50%까지 확대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있는 가입자를 다시 강제로 해지시키는 것은 어렵다. 과거에도 방통위가 접시없는 위성방송이 위법서비스 판정을 내린 바 있지만 이미 유치한 가입자는 손대지 않았다.
실제 최근 KT의 저가공세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의 KT 지사는 187개 HD채널을 볼 수 있는 OTS 상품을 월 6600원에 제공하겠다고 광고하고 있다. 또한 세컨드TV에서 추가로 방송을 볼 경우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도 기가인터넷으로 무료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가격은 단순한 덤핑 뿐 아니라 방송법에 규정된 금지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며 "KT가 점유율제한 3분의 1을 넘겨 향후 규제개선 논의 때 멀쩡한 가입자를 강제로 해지해야 한다는 논리로 방어에 나서기 위한 속도전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6000원대 가격도 문제지만 집안에 있는 모든 TV를 공짜로 연결하겠다는 것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덤핑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그룹은 "해당 지역 경쟁사들도 디지털방송은 6000원에 팔고 있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한 것 같다"며 "한 케이블방송의 경우 모든 방 TV를 무료시청하는 것은 물론, 2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방송, 인터넷, 전화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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