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대부분 클라우드 기업으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지금처럼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앞으로 언젠간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시스템즈가 클라우드 기업으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뤘고, 마이크로소프트도 클라우드 기업으로 전환에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IBM도 최근 소프트레이어를 인수해 클라우드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계 3위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은 어떨까. 전 세계 DB와 미들웨어 시장의 최강자인 오라클도 클라우드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바뀔 수 있을까.
오라클은 지난 몇 년간 클라우드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오라클은 제품명에 알파펫으로 자사의 비전을 담는데, 최신 버전 ‘오라클 DB 12c’에서 c는 클라우드를 의미한다.
오라클은 모든 영역의 클라우드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프라 서비스(Infrastructure as a Service, IaaS), 플랫폼 서비스(Platform as a Service, PaaS), 애플리케이션 서비스(Software as a Service, SaaS) 등을 이미 제공하고 있다.
또 자사의 제품을 모두 공개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에서도 6개의 새로운 공개 클라우드 서비스가 출시됐다. 오라클 DB,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인 웹로직, 자바,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등 핵심 소프트웨어가 이미 공개 클라우드 상에서 제공되고 있다.
오라클 제품 마케팅 담당 로버트 쉼프 부사장은 “오라클의 핵심 제품의 대부분은 클라우드로 제공하고 있고, 새로운 제품이나 비핵심 제품은 클라우드를 우선해서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오라클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모든 기술을 시장에 선보이는 것을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라클의 야심찬 클라우드 계획에도 불구하고, 오라클을 클라우드 시장의 주요 사업자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클라우드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IaaS 분야에서 오라클의 이름을 만나는 것은 어렵다.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오라클 IaaS를 쓰는 기업은 본 적이 없고, 해외에서도 고객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쉼프 부사장은 “오라클이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벤더에 비해 강력하다”고 말했다. 저가 장비가 아니라 대기업이 사용하는 오라클 엔지니어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설명이다. 쉼프 부사장은 “오라클이 집중하고 있는 클라우드 시장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달리 서비스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업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IaaS 면에서는 오라클이 아직 눈에 크게 띠지 않지만, PaaS 분야에서는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단 오라클은 오라클 DB와 웹로직, 자바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이 독보적인 플랫폼들을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는 점이 오라클엔 큰 무기다.
쉼프 부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자바를 사용하는 개발자가 1500만 명이고, 오라클 DB 개발자도 수백만 명”이라며 ”오라클을 이용하면 기업들은 기존의 투자를 보호하면서 클라우드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쉼프 부사장은 “이미 오라클이 확보한 클라우드 고객이 6000만명”이라면서 “지금 속도로 빠르게 성장을 지속해 곧 업계 1위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자바, DB, 웹로직 등을 지렛대로 쓰는 오라클의 전략도 어려운 점이 있다. 기업들의 IT 환경은 다양한 플랫폼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경쟁사와 달리 오라클은 그 중 스스로 소유한 특정 플랫폼만 제공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 RDS는 오라클 DB, MS SQL 서버 등 다양한 종류의 DB를 클라우드로 제공하지만, 오라클 클라우드 서비스는 MS SQL 서버와 같은 경쟁 플랫폼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쉼프 부사장은 "기존에는 기업들이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클라우드 시대에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술로의 통합을 꾀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기업들이라도 오라클 클라우드는 개방형 표준을 지향하기 때문에 다른 클라우드와 오라클 클라우드의 통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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