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내년 1월 출범하는 통합 산업은행이 소매금융 부분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으로 보여 내년으로 예정된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지난 21일 산업은행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은 내년 통합 산은 출범 이후 개인 대상 상품을 유지할 것이냐는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통합 산은이 출범하면 다이렉트 예금을 폐지할 것”이라고 답해 주목받았다.
당초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소매금융 등 수신기반 확대를 추진했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개인 대상 인터넷 상품인 다이렉트 예금이다. 2011년 9월 출시된 다이렉트 예금은 인터넷을 통해 고객이 실명 확인을 하면 지점방문 등 별도의 절차 없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소매금융 시장에서 기존 시중은행들과 경쟁을 벌여야 했던 산업은행으로선 인건비와 부족한 점포수를 만회할 수 있는 수단으로 다이렉트 예금에 주목했으며 지난해 기준 8조원이 넘는 수신잔액을 기록하면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정책금융공사와 통합을 통해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것을 정부로부터 주문받으면서 산업은행의 소매금융 전략에도 변화가 왔다. 정책금융공사와 통합을 앞두고 소매금융 분야를 점차 줄일 것이라는 점은 기정사실화됐었지만 이번에 홍 회장이 국감에서 다이렉트 예금을 폐지할 것이라고 직접 언급하면서 사실상 소매금융 분야의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이 같은 산업은행의 결정은 내년도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사업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산업은행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1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대형 사업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는 산업은행이 소매금융분야를 강화한다는 전제에서 나온 규모다. 앞서 산업은행은 2011년 지주사 전환을 하면서 IT컨설팅 사업을 통해 지주사 체제 아래서의 IT시스템 전략을 수립했는데 이 과정에서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바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00년, 유닉스 오픈환경으로 신시스템(차세대시스템) 환경으로 전환한 이후 지속적인 2기 차세대 논의가 지속돼왔다. 특히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사의 핵심인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지주사 체제를 지원하고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복합금융서비스를 내용으로 하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검토된 것.
하지만 산업은행의 소매금융이 사실상 중단될 상황에 놓여있고 여기에 산은금융지주 계열사인 KDB자산운용·산은캐피탈·KDB생명 등을 매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지주사 차원의 통합 싱글뷰 및 리스크 관리 등 IT시스템 구축 요인도 사라진 상태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매금융에 대한 축소 범위가 어디까지 될지가 금융IT업계의 관심사였다. 다이렉트 뱅킹이 점진적 축소가 아니라 폐지로 결정된 이상 소매금융 분야에서 산업은행이 점진적으로 손을 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차세대시스템 구축 범위도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산업은행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책금융공사와의 IT통합이 마무리되는 대로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 및 후선 업무 지원을 위한 ‘통합산은 IT통합을 위한 시스템 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산업은행은 현재 시스템 감리사업자 선정에 나서 통합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내년 2월까지 진행되는 감리사업에선 IT통합 부문 53개 과제, 리스크업무통합 부문 38개 과제, 시스템자원 부문에 대한 감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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