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결국 우려가 현실이 현실이 됐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랜기간 공들여온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도 반쪽 법, 누더기 법 신세를 피할 수 없게됐다.
24일 오전 열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결과 단말기 보조금 분리공시 도입은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원안대로 통과됐다.
미래부, 방통위, 통신업계는 보조금 분리공시제도 도입이 무산되자 매우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사업자 중에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반대해왔지만 그래도 소관부처인 미래부, 방통위 모두 분리공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에 도입이 무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왔다.
하지만 결국 분리공시가 삼성전자 의지대로 결정나면서 미래부, 방통위는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다. 특히, 규개위가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정부 측 의견은 제대로 듣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이날 규개위는 이동통신 3사, 삼성전자, 팬택 등 휴대폰 제조사의 의견을 청취한 이후 곧바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토론도 많이 하고 규개위가 권고할 때도 의견을 묻더니 이번에는 아무런 의견개진 기회가 없었다. 규개위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 결정을 내리기 전 정부측 인사들은 나가 있으라고 하더니 들어가자마자 결정을 내렸다”며 의사결정 방식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일단 법 시행이 급하니까 일단은 법 시행을 하고 시장상황을 봐가며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단말기유통법은 10월 1일 시행이다.
분리공시는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보조금 지급 규모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이 추진돼왔다. 보조금 주체가 명확해야 소비자는 명확한 가격정보를 기준으로 선택을 할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이통사만 제재할 수 밖에 없었던 규제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단말기 제조사도 차별적 보조금으로 시장을 교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방통위는 분리공시를 통해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미래부 역시 보조금을 지급받지 않은 가입자에게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제공할 계획이었지만 계획에 차질을 빚게됐다. 이통사와 제조사 보조금을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한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결국 이통사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통사들 역시 규개위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분리공시 도입 취지가 투명한 단말기 유통구조 성립을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단말기 가격을 인하해서 가계통신비를 절감하자는 요구가 반영되지 않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방통위는 24일 오후 5시30분 전체회의를 열고 분리공시, 보조금 상한선 등을 단말기유통법 세부내용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규개위 결정에 대해 재심을 요청할 수 있지만 10월 법 시행을 앞두고 있어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으로 규개위 결정을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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