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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2014] 사물인터넷 주도권 탐색전…IFA가 남긴 숙제


- 스마트홈으로 가전제품 하나로 묶여
- 업체 사이의 합종연횡 수시로 이뤄질 듯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2014’가 10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에서 모든 일정을 마쳤다. 이번 IFA의 주요 트렌드를 꼽자면 ▲커브드(곡면), 벤더블(가변형), 울트라HD(UH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다양한 형태의 TV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스마트홈의 가속화 ▲방향성을 찾는 웨어러블 기기로 압축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영역의 제품과 분야이지만 모두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사물인터넷(IoT)이다. TV의 경우 이미 2010년부터 스마트TV로의 진화가 빠르게 이뤄졌다. 지금은 주요 업체가 판매하고 있는 주력 제품의 상당수가 스마트TV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TV 자체의 활용도와 관계없이 대중화를 이뤘고 플랫폼 싸움이 치열하다.

겉으로는 각 업체의 운영체제(OS) 힘겨루기로 보인다. 삼성전자 타이젠, LG전자 웹OS, 그리고 구글의 안드로이드TV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거실 필수품인 TV에서부터 IoT를 확장하거나 혹은 교두보로 삼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의 보급으로 예전만 못하다지만 TV 자체의 파급력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TV는 각 지역마다 철저한 현지 사업자가 존재하고 있어 외부 업체나 전혀 새로운 플랫폼이 접근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

예컨대 구글 크롬캐스트만 하더라도 스마트TV의 새로운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지만 지상파나 콘텐츠 재전송 이슈가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IoT이다. 정책적인 이슈를 트렌드로 바꿀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홈도 마찬가지다. 이전 스마트홈, 정확히 말해 스마트 기능이 내장된 스마트가전은 소비자를 무시한 경향이 컸다. 있으나마나한 골칫덩이에 가까웠다. 책상이나 소파에 앉아서 인터넷 하기에도 바쁜데 누가 냉장고 앞에서 불편한 터치스크린을 누르고 있을까. 더구나 제품가격까지 비싸니 대중화도 어렵다.

이러던 것이 IFA2014에서 너도나도 플랫폼과 플랫폼, 서비스와 서비스를 연결해 스마트가전을 한층 발전시킨 스마트홈으로 진화했다고 자랑하고 있으니 뒷배경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것도 결국 IoT를 대비하기 위한 하나의 준비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가전 업체는 좋던 싫던 제품을 팔아서 수익을 남겨야 한다. 독자적인 플랫폼을 널리 퍼트려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다만 생활가전은 사업 특성상 지역마다 토종 브랜드가 존재하고 성격이 제각각이라 성장 동력 찾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러던 것을 IoT로 제품을 엮으면 생활가전 전반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제품 교체 주기를 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IoT 실현을 위해서는 공통된 플랫폼이 필요한데 이제까지는 상황을 살펴보다가 2~3년 전부터 올신얼라이언스, OIC, 키비콘 등이 등장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해소됐다. 삼성전자 냉장고와 LG전자 세탁기, 다이슨 로봇청소기를 서로 묶는 것이 가능해졌다. 속으로 자사 제품으로만 구성하기를 바라겠지만 애플, 구글과 같은 업체가 어떤 방법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지 예측하기 어려워 마음에 여유가 없다. 구글이 네스트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봐야 한다.

웨어러블 기기는 어떨까. 아직까지 이 시장은 형태도 잡혀 있지 않다. 시장 규모는 차치하고서라도 제품 가짓수도 다양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중국과 미국, 일부 유럽 업체가 스마트시계 형태의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나 기능적으로나 사용자 편의성에 있어서 큰 파급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이 시장도 스마트폰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 그리고 구글 등에 의해 판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IFA2014에서 등장한 웨어러블 기기는 단독으로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작은 화면크기에 불편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피트니스나 라이프스타일 기록 등의 다채로운 서비스를 맛보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이 필수적이다. 어떤 의미로는 스마트폰의 가치를 높여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삼성전자가 IFA2014 개막에 앞서 공개한 ‘기어S’나 ‘기어VR’, 소니 스마트밴트 ‘토크’와 ‘스마트와치3’, LG전자 ‘G와치R’가 모두 마찬가지다. 어느 하나 스마트폰 없이는 기능을 100% 사용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가 타이젠, 소니와 LG전자가 구글 안드로이드웨어를 사용하는 것은 각자의 처지, 그러니까 스마트폰에서의 입지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나타난 일이다. 구글을 탈피하고 싶은 삼성전자와 반대로 구글의 힘을 활용하고 싶은 소니, LG전자의 시선은 이렇게 다르다.

IoT 시대로 접어들면서 플랫폼, 서비스의 연계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으로는 시장 1위가 되기 어려워서다. 애플과 같은 시장의 일정 부분을 주머니에 꼭 챙길 수 있는 능력과 철학을 갖춘다면 모를까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는 업체는 플랫폼의 유연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IFA2014는 IoT에 대한 가전 업계의 가능성과 고민을 모두 안겼다. 시장을 넓히고 제품 교체주기를 앞당기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특정 업체의 플랫폼에 종속되거나 혹은 주도권을 상당부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졌다. 이후부터는 분야나 제품을 가리지 않고 업체 사이의 합종연횡이 수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베를린(독일)=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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