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내가 역사를 좋아하게 된 것은 성인이 된 이후였다. 학창시절, 역사는 내가 가장 싫어했던 과목이었다. 당시 나에게 역사는 시험문제를 풀기 위해 무조건 외워야 하는 재미없는 과목이었다. 내 삶에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제도명과 연도를 외우는 일은 고역이었고, 성적도 좋지 않았다.
역사에 대한 나의 호불호가 학창시절과 성인이 된 이후 왜 이렇게 달라진 것일까. 현재의 나를 보면 학창시절에도 역사를 좋아할 수 있었는데, 당시에는 왜 그렇게 역사가 싫었던 것일까.
아마도 ‘시험’ 때문일 것이다. 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방편으로 읽은 역사 교과서와 주입식 교육은 역사에 대한 흥미 자체를 떨어뜨렸다. 입시위주 교육의 병폐다.
지난 23일 정부는 소프트웨어 과목을 초.중 교육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학생은 내년부터, 초등학생은 오는 2017년부터 의무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게 된다. 고등학교는 정규 교과목으로 전환한다.
최양희 미재창조과학부 장관은 “모든 산업과 국가 전반에 소프트웨어를 확산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 실현 전략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단순히 교과목에 포함시킬 뿐 아니라 대학입시에도 반영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학입시에 자꾸 부담을 주면 안된다는 것도 중요한 얘기지만 입시와 연계가 안되면 잘 배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소프트웨어 과목을 포함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를 만들고, 이를 위해 어려서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펼치겠다는 정부의 생각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소프트웨어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올랐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회는 필연적으로 도래할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니까 초.중.고 교과목에 넣고 시험을 보면 사회 전반의 소프트웨어 실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하다.
우리나라는 가장 많은 시간을 영어 교육에 투자하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영어를 못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렇게 많은 수업시수를 할당하고, 입시에서 배점을 많이 배정했지만 정규 학교교육만으로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소프트웨어 역시 마찬가지다. 정규교과목에 편성하고, 시험을 본다고 해서 소프트웨어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프트웨어에 대한 흥미만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역사를 좋아하는 내가 학창시절에 그렇게 역사를 싫어했던 이유는 바로 그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이었다.
물론 소프트웨어 교육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교육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논리적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는 문제풀이와 평가에 치우친 교육이 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스럽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고, 알고리듬을 세우는 연습보다는 프로그래밍 언어 문법을 외우고, API를 외우는데 학생들의 시간을 허비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IT산업은 소프트웨어 개발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옳다. 그러나 부족한 인력은 초급수준 인력이 아니라 고급 인재다. 초중급 인재는 많이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교육의 부족 때문에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초중급 인력들이 고급인력으로 성장하지 못하거나, 그 이전에 다른 직업으로 바꾸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도급 중심, 인건비 중심의 소프트웨어 산업 구조에서는 고급 인재로 성장해도 별 볼 일 없기 때문에 인재들이 도중에 이 업계를 떠나왔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초중고 교육을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공급을 늘려봐야 인력난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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