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27일 최태원 회장의 대법원 상고심 결정으로 4년의 실형이 확정된 가운데, 이제 시장의 관심사는 최회장이 SK그룹내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재선임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현재 최회장은 SK그룹 계열사중 SK이노베이션, SK, SK하이닉스, Sk C&C 4개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는데 이번주 4일부터 열리는 각 회사 이사회에서 등기이사 재선임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4일 SK이노베이션을 시작으로 5일 SK, SK하이닉스, 6일에는 최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SK C&C가 정기 이사회를 개최한다.
SK이노베이션, SK는 최회장의 등기이사 임기가 이번에 만료되기때문에 어떻게든 재선임여부를 결정지어야한다. SK C&C와 SK하이닉스는 이사 임기가 남아있기때문에 결정이 미뤄질 여지는 있지만 SK그룹 주변에선 등기이사를 전문경영인으로 대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현재로선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최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은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최회장이 등기이사로 재선임됐을 경우, 결정과정의 합리성 여부를 떠나 일단은 일반의 법감정과 괴리가 생길 수 있고 여론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회장의 대법원 실형 확정 판결이후,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최 회장 형제의 SK 계열사 등기이사 재선임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앞서 횡령및 배임 혐의로 기소됐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을 선고받고 유죄 판결 확정으로 그룹 내 7개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기업 오너 또는 오너 일가에게 등기이사는 과연 권력일까.
결로부터말하면 대기업 오너의 등기이사 등재 여부와 경영권은 별로 관계가 없다. 본질적으로 그렇게 민감한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엄밀히 따지면 국민의 법감정과는 반대의 속성을 가졌다.
본래 등기이사는 이사회는 주주총회소집과 대표이사의 선임권을 행사하며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막중한 역할을 맡지만 한편으론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대기업 오너에게 책임경영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등기이사 참여를 활발하게 독려해야하는 게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사업보고서 제출 의무가 있는 주권상장법인과 증권 공모실적이 있는 법인, 외부감사 대상법인으로 증권소유자 수가 500명 이상인 법인 등은 5억원 이상 등기이사의 개인별 보수를 공개하도록 했다.
대기업 오너들에게 등기이사 등재가 이전보다 더 부담스러워진 상황이 된 것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오너 일가가 여전히 등기이사로 등재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등기이사의 보수 공개 이후 대기업 오너들은 등기이사 등재에 이전보다 훨씬 소극적으로 돌아섰고, 최근 1년새 일부 대기업 오너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너의 등기이사 등재에 소극적인 이유와 관련, 해당 기업들은 "(오너가) 등기이사에 등재될 경우 불필요한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릴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오너 일가의 적지않은 보수가 고스란히 공개된다는 점을 꺼려하기 때문이란 게 보다 직접적인 이유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중 등기이사 평균연봉이 5억원 이상인 기업은 117개사이며, 이중 대주주가 등기이사로 등재된 곳은 58%, 60여개사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으론 등기이사로 등재되지 않더라도 대기업 오너들은 여전히 인사, 투자 집행 등 회사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등기이사 등재 여부와 오너의 경영권은 완전히 서로 별개의 사안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결과적으로 대기업 오너의 등기이사 등재 여부와 책임경영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해 진다.
12월 결산법인들의 경우, 3월 주총을 통해 새로운 등기이사를 선임하는데 전문가들은 강화된 보수 공개 등의 이유때문에 올해에도 대기업 오너들의 등기이사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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